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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뉴욕 - 존 스코필드 야외공연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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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저희 집은 여름만 되면 손님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여름휴가를 맞아서 뉴욕으로 관광을 오는 지인들 때문이지요.


많이들 하는 질문이..뉴욕에 관광와서 뭘 보고 뭘 해야 하냐...는 것인데..그럴때 마다 딱히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뉴욕은 관광하기에는 참 "별로"인 도시가 아닌가...생각합니다. 유럽에 "널려있는" 오래된 도시들처럼 장구한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 서부나 캐나다처럼 자연 경관이 수려한 것도 아니고...대충 볼 거리 라고는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무역센터 무너진 자리, 또는 유엔 본부나 센트럴 파크..등이 생각나기는 합니다만...거 뭐 사실 볼거리 라고 하기엔 다들 뭣 한 수준들이죠. 세계 3대 박물관 중에 하나인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이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3대 박물관들인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죠. 오히려 박물관으로 치면 MOMA가 더 났습니다.


근데 말입니다...잠시 "머물렀다" 가는 관광의 측면에서 뉴욕을 본다면 정말 매력없는 도시인데요..여기서 "산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참으로 재미있는 도시인것 같습니다.
여기서 지낸지가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모르고 지냈던 매력이 도처에 널려있는것 같고, 또 뭐랄까요...도시가 살아있다고나 할까요? 뭔가가 끊임없이 늘 일어난다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입니다. 특히나 여름밤의 느낌을 너무 좋아해서 여름만 되면 밤 늦게 싸돌아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뉴욕의 여름에는 도시 전체에서 이것저것 뭔가 이벤트가 많이 벌어집니다. 공원에서 야외 영화 상영도 있고,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맛뵈기 공연 같은것도 하고..뭐 이것저것 많이들 하는데...


단연 저의 이목을 끄는 것은..역시나 야외에서 하는 무료 콘서트입니다.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연주되는데요 뉴욕의 특성상 역시 재즈와 클래식 연주가 주를 이룹니다. 반면 락공연 같은 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요 ^^ 아마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해변같은데서 락 공연을 많이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욕에서도 락을 접할 수 있기는 합니다. 조그만 바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들이 꽤 있기는 하지요. 역시 동부라서 그런지 캘리포니아쪽의 락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히려 브리티쉬 락에 많이 가깝죠.


그래서 올 여름이 시작되자 마자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져서 여름에 하는 무료 공연 정보를 싸그리 수집을 하고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가서 여름밤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고 있습니다.


매년 7월 중순에는 센트럴 파크에서 뉴욕 필하모닉이 무료 연주회를 합니다. 워낙에 인기가 좋은 공연이고 또 이번에 연주했던 곡이 모짜르트 교향곡 41번과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는데 둘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라서 올해도 어김없이 돛자리 싸들고 먹을거랑 와인 한병 들고가서 센트럴파크 잔디밭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뉴욕 필이 연주하는 모짜르트와 베토벤을 듣고 왔습니다. 참..뭐랄까요...이런게 뉴욕에 사는 재미이고 또 특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는 재즈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의 야외 공연(당연히 무료입니다.)을 보고 왔습니다.
맨해튼 22번가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많이들 아시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입니다.)라는 공원에서 열렸는데요, 아무리 뉴욕이라 할 지라도 사실 이런 야외 무료 공연에서 존 스코필드 같은 초거물급 아티스트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은터이고 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이기 때문에 많이 기대를 하고 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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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도착했을때 생각보다 너무나 사람이 없어서 좀 황당했었습니다. 뭐 덕분에 무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펼 수 있어서 다행이긴 했는데...뭔가 좀 씁쓸하더군요...재즈는 역시 대중과는 거리가 먼 음악인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근데 아마 좀 제가 도착한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공연시작하기 직전쯤 되니깐 공원이 사람들로 꽉 차고 무대 뒤편의 인도에까지 사람이 꽉 찼습니다.






공연이 열렸던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는 유명한 햄버거집이 하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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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 Shack 이라는 햄버거 가게인데, 가게 규모는 조그만데 워낙에 유명한곳이라 시간대에 관계없이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하고요. 어제같은 경우는 공연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그런지 햄버거사는데 1시간 30분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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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선 주문라인입니다.
그래도 워낙에 맛이 있으니깐 한입 베어무는 순간 그동안 기다렸던 피곤함, 짜증 같은 것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햄버거를 먹다보니깐 공연이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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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에는 스티브 스왈로우, 드럼에는 빌 스튜어트였습니다.


존 스코필드와는 몇번 일한적이 있는데요. 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사람좋고 털털한 아저씨입니다. 그냥 사진으로 보는 이미지 그대로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고요. 가장 최근에 같이 일한 것은...작년 말에 호주에서 뉴욕까지 와서 녹음을 한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Katie Noonan이라는 가수의 세션에서 였습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가수라서 생소했지만 같이 참여한 세션들이..기타에 존 스코필드, 베이스에 론 카터, 색스폰에 조 로바노, 드럼에 루이스 내쉬..였으니 나름 수퍼 세션이었지요. 비틀즈의 곡들을 재즈로 편곡을 새롭게 하여 제작된 앨범인데, 나름 흥미로운 프로젝트 였습니다. 원래는 호주에서만 발매되기로 된 앨범인데 미국발매도 타진 해 보기 위헤서 Sony BMG관계자와 접촉도 하고 했는데 무산된것 같습니다.



Scofield%20011.jpg

8시가 넘어가서 해가 졌지만 여전히 연주는 계속됩니다. 근데 중간에 좀 실험적인 곡을 연주해서 너무 난해했던지 몇몇 사람들이 연주중에 자리를 뜨더군요. 뭐 남들의 행동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는 없겠지만...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뮤지션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 자리를 뜨고 싶으면 최소한 곡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자리를 뜨던가 하는게 옳겠지요.


앵콜을 한 곡하고 무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바로 집에가기엔 뭔가 아쉬워서 근처에 있는 스페인 타파스 집에가서 샹그리아를 몇잔 마시고 알딸딸 기분좋게 취해서 집에 왔습니다.


벌써 8월이네요...이러다 보면 여름도 후딱가고 가을이 오겠지요.


아....무지 아쉽습니다. 가는 여름의 끝자락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고 싶네요.



P.S.)근데...음...요즘 제가 음악 얘기는 별로 안하고 만날 놀러다니는 얘기만 쓰는군요.
다음에 쓸 글은 아마 재미있는 세션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미리 힌트를 조금 드리자면 팻 메스니 그룹의 다음 앨범작업이 10월달에 잡혀 있는데요. 이것이 좀...할 얘기가 많을 세션일 듯 합니다. 팻에게 처음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듣자 마자 보였던 저의 반응은...

"말도 안돼!!!!!!" 였습니다...

흠..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자세한 것은 11월에 세션 끝나면 정리해서 올려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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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아..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저도 햄버거 무척 좋아하는데.. 한시간 이상 기다릴수 있을런지..ㅜ.ㅜ


그런데 하하.. 이것 정말 이상한 질문인데요.

뉴욕에서 한여름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은것인가요? *^^*

하하하. .제 질문 너무 웃기지요?^^


왠지모르게 미국. 그리고 뉴욕하면..

해지고 9시만 되면 집에서 조용히 맥주마시며 tv나 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반은 농담입니다.~~)


팻매스니의 다음 세션이야기 벌써부터 너무너무 궁금해집니다.

신동철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교회 학생(고2)이 몇일 전 무료로 뉴욕에 9박10일 떠났습니다.
전교 1등인데...국가에서 연수 비슷하게 보내주는 것이 있더군요~

그 때, 우리끼리 한 말로...
조심해서 다녀와였습니다. ㅎㅎ

강효민님의 댓글의 댓글

네 영자님 뉴욕에서 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전혀 괜찮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교회학생 걱정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 왔었을때는 막연히 뉴욕은 밤만되면 총질하는 동네인줄 알고 저녁 6시만 넘으면 무조건 집에 돌아가야하는 줄 알고 허둥댔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요..뉴욕 하나도 안 위험해요. 위험한 동네는 브롱스나 브루클린 퀸즈의 일부지역이 위험한데 그런데만 가지 않으면 되고요. 사실 그 근처까지 갈 일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맨해튼은 북부쪽의 할렘만 조금 거시기 하지 나머지 동네는 아주 안전하고요. 사실 할렘도 지금은 정화가 많이 되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가끔 퇴근을 새벽 3 시, 4시에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까지도 관광객들 거리에 많이 돌아다니구요. 가로등 밝고 또 경찰들도 많습니다. 아직도 총소리 한번 못듣고 살고 있지요.

이정준님의 댓글

작년에 자라섬 벡스테이지에서 석호필드 형을 따로 접견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환장했었습니다...

(이북에서는 뽀글이 만나면 수령님 접견자 이런 증이 나오고  평생 인센티브같은 거 있다는데...)

석호필드 형 연주도 목전에서 보고 접견까지 해보는 거는 진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야외에서 답답한 거 없이 즐길 수 있는 거는 진짜 행운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팻매스니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DAYTRIP 앨범은 연주하는 선후배 지인들과 요앨범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거 명반인 것 같다는 피드벡을 요즘 술슬 많이 듣습니다. 그때마다 이거 한국살암 강효민 형이 뉴욕에서 믹싱한 겐데, 너네 그거 아냐? 라고 꼭 얘기하고 있습니다...ㅋㅋㅋ)

강효민님의 댓글의 댓글

자라섬 축제가 언제부터 생겼죠? 제가 줏어듣기로는 꽤나 메이저급 아티스트들이 많이 오는것 같더라구요. 한국에서도 재즈의 저변이 좀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앨범 잘 들어주시는것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주변분들에게 저를 추켜 세워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또 송구스럽습니다. 근데 그게..제가 전부 믹싱한게 아니고요. 메인 엔지니어가 잡아놓은 큰 틀을 기반으로 해서 후반기 믹싱만 제가 했습니다. 그러니깐 제가 믹싱을 했다..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상황이죠. ^^ 정준님은 다 아시고 계실테지만 혹시 앞뒤 사정 잘 모르시는 다른 분들이 오해 하실까봐 해명글(?)을 남깁니다.

이번 앨범에는 꼭 이효민이 아닌 강효민으로 크레딧을 받아야 겠습니다.

이정준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지나치게 겸손하시내요...

자라섬은 이미 훌륭한 공연으로 자리를 꽉 잡은 거 같습니다... 다만, 예산이 아주 넘치지 않는 듯 해서요. 수퍼밴드급 레전드 형들을 섭외하기에는 좀 벅차하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운좋게 레전드 형들이 일본에 올때 일정이 잘 맞으면 섭외가 되기도 하는 것 같구요...

불과 5-6년 전보다 재즈의 저변은 급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 듯 합니다만... 재즈매니아들의 눈높이는  대중문화의 눈높이와는 다른 점도 있어서요... 국내 재즈연주자들의 연주력이나 음악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치열하게 준비되어야 어떤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직도 저예산으로 제작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구요. 뮤지션들도 악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 때문에 활동한다고 보여집니다. 아직도 2루마씨 스타일의 특정 지션만 독보적으로 흥행이 된다고 보면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특수성이기도 하구요... 일단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느정도 분명하게 있는 듯도 하구요... 아니면, 정말 뮤지션이 좋은 음악/연주를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돈 만오천원주고 팻매스니 앨범을 사지 국내 무명의 B급 연주자의 음반을 사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실 넌센스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자라섬, 확실히 공기맑고 경관 좋은 야외에서 그런 공연을 본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환상적인 거 같았습니다.

적당히 해는 지고... 답답하지도 않고... 사운드도 벨런스가 어색하지 않고 참 좋더라구요.
돗자리에 이것저것 장만해서 관람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구요...

차 안막히고 비만 안오면야...

올해는 공연기간동안 워크샵/세미나에 보다 중점을 많이 두고...
어린이를 위한재즈 이런 얘기도 있는 것 같더군요...

공개된 지면이라 다른 재미있는 얘기는 밝히기 그렇내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내요...

최근에는 Ampex501프리를 살것인가 말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못산게 좀 후회가 되내요...
어머니 임플란트도 해드려여하고 해서 돈을 좀 모아두자 했었는데, 그돈은 어떻게 썼는지 기억도 않나고...ㅎㅎㅎ

multimoog님의 댓글

센트럴 파크 여름 공연 재미있는 것 많이 하지요.
요즘엔 JVC 재즈 페스티발 공연들은 없어졌나요? 재즈계 공연으로는 거의 최고인데..

뉴욕의 여름은 저녁 때 정말 좋습니다. 물론 42가 주의의 인파들은 제외하고요.

강효민님의 댓글의 댓글

JVC 재즈 페스티벌은 올해부터 안 하는걸로 들었습니다.
스폰서인 JVC 측에서 경기 악화를 이유로 스폰서쉽을 철회 했지요. 그래서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부터 JVC재즈 페스티벌은 중단 되었습니다. 많이 안타깝죠 쩝...

강효민님의 댓글의 댓글

크..제가 PA 쪽으로는 아는 것이 없어서 시스템을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아예 눈여겨 보지도 않은 것 같아요. 스피커도 아마데우스님이 말씀하시고 나서 사진을 보니..아 저렇게 생겼구나...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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