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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잘 보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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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이젠 어제라고 해야 하겠죠) 날씨가 약간 꾸물꾸물거렸죠.

그제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오늘 다시 선산을 다녀왔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의지와 관계로 결혼식장에 다니게 되었고, 그 후에는 100일 잔치나 돌잔치, 그리고 환갑잔치나 칠순잔치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가끔씩 지나간 시간을 되새겨보면서 어느덧 이르게 된 자신의 나이에 놀라곤 합니다.

향년 만 69세,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직 더 사셔야 하는데 2년 전에 받은 암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아 세상과 작별을 고하시게 되었습니다. 저의 조카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70대 중반이나 5~60대의 조카님들, 2~30대 손자들 , , , 제 촌수가 많이 높습니다. 친가 쪽이나 외가 쪽이나 마찬가지죠.

어렸을 적부터, 삼촌이나 아버지뻘 되는 분들에게 아저씨 소리를 들었으며 할아버지뻘 되는 어른께 형님이라고 부르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라고 생각하는데, 돌아가신 조카님은 자식뻘 되는 저에게 존댓말로 종결되는 어투로 이야기하셨습니다. 큰 상이 몇 개씩 붙는 일가 모임에서도 저는 항시 상석에 앉곤 했습니다. 돌아가신 조카님께서 항시 자리를 마련해 주셨거든요. 오히려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그러는 거 아니라며 만류하곤 하셨습니다. 제 형은 알아서 자리를 피했지만, 저는 별 생각 없이 상석에 앉곤 했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버릇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입관 후 땅을 밟으시며 본인의 건강에 대해서는 의지를 불태우셨는데, 그렇게 가셨네요.

목소리 톤도 독특하셔서 지금도 머릿속에 그대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록 장치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그 목소리도 서서히 잊게 되겠지요. 아직까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기얼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 톤이 무척 좋으셨고 말을 또박또박 하셨거든요.

대게 초등학생 나이 때, 인간의 유한성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서른을 막 넘겼을 때, 어느 날 이생에서 부모님을 모실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에 비해 얼마 남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무척 허무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이리 저리 따지지도 않고, 부모님 섬기기를 그저 묵묵히 잘 행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진정한 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뭐~ 그와 같은 유한성에 대해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것이 좋으며 바람직할 것입니다. 우리 머리는 또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요.

돌아가신 조카님을 잠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가시기 며칠 전, 제가 찾아갔을 때는 정신이 무척 맑으셔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당신께서 꼭 손보고 가셨음 하는 일을 정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셔서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부디 여한을 남기지 않으셨음 합니다.

저는 지독하리만치 평범하기 때문에 얼마 후면 지금의 감상을 잠시 잊고 또 범인의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나이를 조금씩 먹게 되자,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보다 한 세대 이상 어른인 주변 분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빚 아닌 빚을 갚을 기회는 무척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남은 한 주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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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성님의 댓글

하루하루 눈을 뜰 수 있다라는 것에....
그리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가끔은 놀라고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하루하루의 삶이 괴롭고 힘들어서....
불만에 가득차 있던 때도 있는데......

주어진 것에 만족할 수 있을 때...
(시간까지라도 말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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