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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의 폭설이군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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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식구들과 전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사는 곳 쪽의 큰 길 몇 군데가 통제되었다고 하더군요.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여러 루트를 이용하면 들어가는 것은 문제되지 않겠지만, 애 꽤나 먹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중초반에 한 번 큰 눈이 내린 이후로 서울에서 큰 눈을 보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해마다 평균 기온일 올라가 여름에 보게 되는 곤충의 종이 바뀔 정도가 되었는데, 이런 큰 눈이 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약 10년 전의 큰 눈이 기억에 특히 남는데, 버스 안에서 몇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내려서 한참을 걸은 일이 었거든요. 강남역에서 단국대 앞까지 2시간이 더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죽 같은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런 눈이 내리면 환호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동네에서 목공소 한 구 군데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돈을 손에 쥐고 달려가면 썰매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짜투리 목재를 구할 수가 있었거든요.

집집마다 있는 또래들과 썰매를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썰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는 곳이 높은 지역인지라, 비탈 길이 많았고, 당시에는 지금보다 차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애들은 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끙끙거리며 물을 날라다 길에 뿌리는 짓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어른들한테 혼이 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길 한 켠은 반들반들해지기 일수였습니다.

조금 나이가 더 들자 썰매를 타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그 맨들맨들한 길위를 선 채로 미끌어지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이가 들자, 넘어져서 옷을 버릴까, 구두를 망칠까 걱정하면서 종종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잔뜩 긴장하며 걷게 되었습니다.

물론 길을 맨들맨들하게 만드는 꼬마 녀석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눈이 오면 비탈길에 연탄재가 뿌려지곤 했습니다. 꼬마 시절에 애써 닦은 썰매 길 위로 연탄재가 뿌려지면 실망하기 일쑤였는데, 어느덧 연탄재가 뿌려진 길이 반가워지게 된 것이죠.

지난 토요일, 집 앞의 눈을 치우고 있으니 얇은 옷을 걸치고 눈 위에서 용감하게 런닝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모습에 고무되어 오래간만에 런닝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 . . 런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인근 공원 쪽으로 가다보니, 동네 꼬마 녀석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반들거리는 판재(板材)를 하나씩 구해, 사라진 철조망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 그 곳에 조성(?)되어 있는 약 30m 길이의 비탈에서 썰매를 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나서 소리 지르는 비명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곤 웃더군요. 저도 웃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무척 익숙했던 장면이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스스로도 멀리했으며,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서울의 주거 환경 변화로 점점 보기 힘들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잠시 시간의 흐름을 헤아리다 보면 스스로도 놀라곤 하는데, 아무튼 이 나이가 되자 다시 썰매타는 모습을 웃으며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집을 나서는 길이 맨들맨들하다면 걱정이 우선되겠지만,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냥 화가 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늘을 뿌옇게 덮고 있는 눈을 올려다 보면 가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혹은 눈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 지 . . . .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간만의, 눈으로 뒤덮힌 하늘 모습에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밤에 눈 치울 일이 걱정되지만 , , , , , ,

옷을 단단히 껴입고, 새해 직전처럼 아만다 브렉커의 브라질리안 패션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삽과 빗자루를 흔들어 봐야겠습니다.

오랜만의 폭설을 보며 주절이주절이 말이 많습니다.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잘 준비하셔서 가급적 편한 귀가 길이 되셨음 합니다.


. . . . . 라고는 썼지만, 역시 걱정은 많이 되네요 . . ㅜ.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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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님의 댓글

저 역시 어느 순간부터 눈이 싫어졌습니다....그 때가 아마도 군대에 있었을 때였을 겁니다....
오늘 출근 2시간 30분 걸렸습니다. ㅎㅎ

HEADBANG!님의 댓글

오늘 눈 ㅠㅠ 정말 엄청나더군요...
녹음실 스케쥴도 쫘악 다른날로 옮기구 정신없는 하루 였습니다. ㅠㅠ

Me First님의 댓글

엄청난 눈이었습니다.

한가롭게 음악을 들으며 운치있게 빗자루와 삽(눈 치우기 위한 전용 플라스틱 삽)을 놀리려 했는데, 치워야 할 눈의 1/3 정도만 치우는 정도로 완전히 새하얗게 연소되고 말았습니다, ㅡ,.ㅡ;    이건 뭐~ 사투였습니다. ^^;

사고차트1순위님의 댓글

저도 동네 꼬맹이들 눈싸움가 들렸는데,

어느새 제가 행복한 표정으로 꼬맹이들 노는걸 보고 있더라구요...

저런 모습만 볼수있으면 이번주는 그냥 맘놓고 눈이 신나게 내려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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