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
자유게시판

훌륭한 마스터링이란?(마스터링 후기)

페이지 정보

본문

우선 제목에서 언뜻 느끼실 수도 있는 음향이나 음악 작업에서의 전문성을 띤 글이 아님을 양해 드립니다.
그럴만한 지식이나 능력도 없지만 음악이란, 다른 어떤 것 보다 연주자와 그 연주를 담거나 들려주게 하는 분들의 에너지(기)라고 생각해 왔기에......

 그제(20100428) 예약한 대로 'Audioguy & Partners Studio'를 찾았습니다.
 저희 작업의 대부분은 'S'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지만 이번 작업은 생활성가(가톨릭 CCM)이고 어쿠스틱한 느낌에 가까운 곡들이라, 최신곡들이 주를 이루는 'S' 스튜디오보다는 영자님의 마스터링이 오히려 잘 어울릴 것 같은 기대 때문이였습니다.

 경복궁역 4번 출구를 나서면서 부터 보이는 기와집과 도심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위기만으로도 색다른 기분이었지만, 사무실과 분리되지 않은 스튜디오와 아주 작은 소음이었지만 컴과 기자재의소음들, 건물 자체의 방음되지 않아 빗소리 마저 들리는 창들을 보았을 땐 작업의 완성도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송지님의 친절과 꼼꼼한 준비가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그 유명한 영자 최정훈님이 오셨고 웹에서 접했던 사진보다 훨씬 젊고 핸섬한 모습, 그보다 더한 친절과 배려(작업과정부터 어떤 결과물을 바라는지 꼼꼼히 챙기시는)로 잠깐의 걱정을 쉽게 잊었습니다.

 10시 20분경 시작한 작업, 첫 곡을 오래 잡으신다며 꼼꼼히 체크해 주셨고 결정적인 실수의 결과물(좌우밸런스가 조금 좌로 치우친...)임에도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으시고 저의 요청대로 밸런스를 잡아 주셨죠.
 첫곡이 끝난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엔 아침을 먹지 못했던 저희를 위해 환상의 맛집이었던 메밀 칼국수 집으로 안내해 주셨구요.
 점점 사람을 만나 그의 매력에 끌리기 어려운 세상인데 참 멋진 분이셨습니다.
 저는 작업하며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배려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한 곡 한 곡 꼼꼼히 작업하시고 들려 주시고, 끝나고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시간이 된다면 두곡을 다시 해보고 싶다 하셔 두곡을 다시 작업하기까지 거의 5시가 가까워서야 작업이 끝났습니다.
 그러고도 "마스터 CD를 지금 가져가시겠느냐 아님 모니터 해보시고 낼 수정할 부분이 있음 수정해서 보내 들릴까요"라고 하셨을 땐 정말이지 너무 감격했습니다.

 당연히 모니터 CD만 받아 돌아왔지요.
 돌아와 집에서 모니터 해보고 저희 스튜디오에서 다시 모니터 해보고... 어제 다시 모니터 해보고......
 그런데 이제 좌우 밸런스가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듯 들리는 게 '아뿔싸'싶었습니다.
 제가 작업하시는 중간에 자꾸만 요청해서 거기 생각이 가면 작업이 제대로 안된다며 쉬어가며 작업하셨던걸 기억하는 터라 미안한 반 욕심 반으로 전화를 드렸죠.
 "앨범 전체적인 색깔이 너무 잘 나왔는데 이제 밸런스가 약간 우측으로 쏠린 듯하고 5번, 9번 곡은 컴프레싱이 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저도 어제 집에 가서 들어봤는데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근데 모든 곡들이 다 그렇든가요?"
 "네 다 그렇게 들리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5번 9번 곡을 풀고 다시 받아 드릴까요? 아님 마스터링 날짜를 다시 잡아 새로 작업 할까요?"
 전 사실 그때 다시 작업했으면 하는 맘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마지막에 작업했던 두 곡은 밸런스 수정했던 부분들을 풀어서 받았는데 혹시 LR을 바꿔서도 들어 보셨나요?"
 "아뇨 그럼 다시 한번 모니터 해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LR을 바꿔 모니터 해 보았습니다.
 허허 근데 이건 좌우 밸런스가 쏠린 걸 잘 못 느끼겠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작업한 두 곡을 다시 모니터 해 봤더니 이런 아주 약간 좌로 쏠려 있더라구요.....!!!!!!
 '아~  나도 이렇게 느끼지도 못할만큼 미세한 부분이구나!'
 전화를 끊은지 단 몇분만에 마음을 결정해 버렸답니다.
 그냥 그대로 마스터링 데이터를 받기로......

 2년이나 걸린 이번 앨범 작업을 지켜보고 모니터 해 주던 친구가 어제 마스터링 끝나고 돌아 갔더니 달려와서 전 곡을 모니터 하고는 한 말입니다. "야! 그 들죽날죽하고 약간은 건조하던 노래들이 소울이 생기고 한가지 색깔로 바뀌었네~ 돈이 좋긴 좋다."
 사실 이번 앨범작업은 대부분 아마츄어들의 노래와 연주였거든요......
 그리고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 만큼 소스들도 제각각이었고 대부분 너무 거친 상태여서 마스터링으로 조금 부드러워질 수만 있어도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스터링이 생각 이상으로 잘 나오다 보니 과한 욕심을 부렸던 겁니다.
 늘 함께 작업하는 동생이 한 믹싱도 내 의도는 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뵈었던 영자님의 작품이 그 거친 소스들로도 따뜻하고 한결같이 나왔으면 더 이상이 없는 건데......
 마음에 들지 않는 믹싱을 다시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 아니, 가져간 소스들로 볼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온 작품을 조그만 아쉬움 때문에 다시 작업한다고 했을 때(제가 알기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대부분 다시 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서로가 손해(시간과 노력)이고 더 잘 나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작업의 결과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구요.

 믹싱과 마스터링도 예술이고 작품임을 생각한다면 곡자나 프로듀스의 의도에 100% 맞는 것도 좋지만, 열정과 에너지가 더해진다면 엔지니어의 개성과 작품성이 더해지는 것도 보다 훌륭한 작품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부끄러운 소스들을 가져갔음에도 너무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신 영자님께 너무 너무 감사드리고 잠시나마 과한 욕심을 부렸던 점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아울러 두서없는 후기 읽어 주셔 감사하고 혹시라도 마스터링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좋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또 행복한 하루, 작업 되시길......^^

관련자료

백번김구 운선생님님의 댓글

그러게요~시간이 돈인 스튜디오에서 이런 일은 아메리카 에서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에요~~!! ^^

영자님은 정말 성자 이신듯~ ^^

사고차트1순위님의 댓글

앗 한 앨범 마스터링 갈거 있는데 ^^;;;;

이런글이...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런글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름신이 이런쪽으로도 오는건가요...아... 이런글이...

driemon님의 댓글

그렇죠. 훌륭한 마스터링이란 (믹싱 레코딩도 마찬가지겠지만) 단지 일 (주어진 본래의 work)만 잘해낸다고 다가 아니지요. 90%가 '일'이라면 나머진 10%는 소통이라고 봅니다. 작업의 관점에서 뮤지션 혹은 프로듀서나 작곡가와의 소통은 90%의 완성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니까요.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
  • RSS
전체 13,806건 / 411페이지

+ 뉴스


+ 최근글


+ 새댓글


통계


  • 현재 접속자 267 명
  • 오늘 방문자 4,888 명
  • 어제 방문자 4,602 명
  • 최대 방문자 15,631 명
  • 전체 방문자 12,789,867 명
  • 오늘 가입자 1 명
  • 어제 가입자 1 명
  • 전체 회원수 37,543 명
  • 전체 게시물 276,734 개
  • 전체 댓글수 193,391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