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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엄청난 보배(?)를 보고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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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의 일이었습니다 . . .
집에 돌아와 습관대로 TV를 켜고 옷을 갈아입다가 제법 놀란 눈으로 뉴스 화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놀라움의 반응은 ‘원 별~’, ‘뭐하는 짓이래~’ 에 가까운 감정이었죠.

불법대출을 한 모 저축은행 소유의 사옥 지하에 있던 물건들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의 커다란 공간 안에 엄청난 양의 고가 음향 기기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습니다.

컨슈머 오디오부터 프로용 릴 테이프 리코더, 에디슨 축음기 등등, 내용에서는 2천만 원이나 되는 스피커 운운하고 있었지만, 그 안의 스피커 중에는 그보다 훨씬 고가의 물건들이 줄줄이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은 족히 보았을 고가의 앰프 등등.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로 (외관이나 만듦새나 기술적 어프로치, 무향실에서의 측정 데이터나 통합적인 마감에서) 감탄했던 ‘루멘 화이트’라는 메이커의 스피커가 눈에 확 꽂혔습니다. 그 외에도 상당한 물건들이 있다는 걸 대략 알 수 있었죠.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체크가 된다거나, 축구 팬 중에 그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축구화 파악을 마치는 것 비슷한 반응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 화면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일단 놀라움이었습니다. 감탄이라기보다는 희한한 것을 보았을 때의 어이없음 정도~.

개인적으로 음향기기는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라는 주의가 강합니다.
즉, ‘목적은 음악(소리)’라는 것이죠.
물론 그 목적과 도구가 때때로 뒤바뀜으로 해서 야기되는 여러 가지 즐거움, 반대급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항상 부정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필요하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소위 ‘미친 척하고 저지르다’라는 것의 성취욕(?)을 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 지하의 형국은 음악을 듣기 행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물주가 ‘나는 단지 수집이 좋을 뿐이다’,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다’라고 한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목적이므로 그 목적에 충실한 것이 되겠지요.

대승적인 생각으로 전시관이라도 만들어 일반공개를 하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잘 보관하여 후세에 남기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기 돈으로 산 게 아니고 불법과 부정으로 남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한 짓이라 곱게 봐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목적과 수단을 잠시 헷갈릴 수도 있지만, 수업료 낼 수 있는 사람이 자기 돈 들이는 것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건 손가락질 당할 상황이 분명하죠.

여기까지는 머릿속을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을 굳이 주절주절 쓴 것이었고 . . .

실은 그 다음의 생각이 잠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의 물건들 중에는 레코드도 있었는데, 무려 60만 장이나 된다고 합니다.
수가 수인만큼,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서, 별 쓸모없는 것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수가 수인만큼, 상당한 가치를 지닌 명반도 즐비할 것입니다.

누구누구의 초판, 이제는 구할 수 없는 과거의 명반, 누가 커팅을 한 명반, 혹은 같은 타이틀의 명반이 스페어로 여러 장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레커 디스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개인적으로는 ‘문화유산’으로 판단합니다. 인류가 남긴 창작물, 남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자신의 감정표출을 위한 모든 행위, 음악, 미술, 몸짓까지 . . .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무척 아낍니다. 영화에서 군대가 침입하여(혹은 정당하게 침략에 맞서 상대를 응징하더라도) 상대의 문화를 파괴하는 행위 같은 걸 영화 등으로 접하게 되면 기분이 불편합니다, 그 밖에도 유사한 상황은 많죠(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그런 짓을 저지르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대체 인간의 삶이란 무언지 고심하기도 합니다, 틴에이저도 아닌데 말이죠  ㅡ,.ㅡ;  ).

60만 장이나 된다는 그 레코드 수집물 안에는 문화유산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소중한 데이터가 상당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압수가 되면 경매 등을 통해서 처분될 텐데요, 일반 공개에 앞서 전문가 공개를 거칠 지 궁급합니다.

네, 별게 다 궁금하네요.  ^^;

고가의 음향 기기들은 대게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데, 그런 것은 그 쪽을 잘 아는 사람이 다뤄야 합니다. 과연 잘 다루어질지. 그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손실도 분명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레코드가 잘 취급되어야 할 텐데요. 제가 살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운운한 ‘문화유산’이라는 (왠지) 거창한 이유를 멋대로 갖다 붙이며 안타까워합니다.

(사실, 일반 공개가 된다면 가서 몇 개를 집어 들고 싶은 생각입니다, 진심으로. )

뉴스 이후로 잊고 있다가, 돌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 본 차에 주절주절 떠들어 봅니다.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있습니다.


~~ 그건 그렇고, 저 레코드를 소중히 다루었으면(=문화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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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le The Gifted님의 댓글

레코드 판... 에디슨 축음기.. 모두 다 부럽지만.. 일단 제가 구입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는 데인져러스 써밍이랑 GML EQ는 없는 듯 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Rupert Neve 5088 콘솔도요. ㅎㅎ

Me First님의 댓글

아무튼...

집착 증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물욕에 한번 휩쓸리면 많은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한 지라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돈이면 모르겠지만 남에게 큰 피해를 입히면서 한 일이니 전시를 한다거나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등의 변명을 내더라도 어거지일 뿐이겠죠.

그래도,,,,60만 장의 저 레코드를 한 번 보고 싶기는 합니다, 기계도 이것저것 함 만져보고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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