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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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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

                        - 천양희

우물을 팔 때 인부들은 모래바닥을

파들어간다 우물 깊이 팔십미터 마지막으로

물길 터뜨리는 작업은 인부들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맡는다고 한다 늙은 인부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은하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겸손하다고 한다 은하 높이 무한 매일매일

자신이 은하에 비해 너무 작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란다 작은 것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아무 장비도 없이

넘어온 노스님에게 그 험한 길을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왔지요' 했다고 한다 한걸음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무엇엔가 치떨리는 밤

적절한 말은 적절할 때 떠오르지 않고

썩은 나뭇가지 몇개 분질렀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마음은 열겠다

이것으로 겨우 내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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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휴우...

근래에 본 시 중에 가장 마음에 스며들어오네요..


천천히 오랜시간 다시 새겨 읽고 또 읽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글귀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이 안에는 단순히 글과 함께 잠시 바쁜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더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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