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급하게 녹음할 일이 생겨서 녹음실 섭외를 해야 했습니다.
오전부터 밤늦게 까지 알아봤지만 단 한곳도 빈 시간이 없더군요.

워낙 급해서 정말 몇년째 연락 안하던 사람들까지 다 연락해봤네요.
대략 30곳 정도 들쑤셔 봣으니 서울에 있는 어지간한 녹음실은 다 해본거겠죠.

결국 밤12시 다되서야,
한다리 건너고 또 건넌 분에게서 도움 받아 가까스로 녹음 스케줄 소화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론, 아마 종편 개국하면서 갑자기 물량이 터진것 같네요.
종편 아니더래두 CJ 에서만 올해 제작되는 드라마가 60편이 넘는다고 하네요

여기에 지상파와 종편까지 합치면, 올해 150여편의 드라마가 제작된다 보고
한 드라마ost에 노래 2곡만 잡아도 300곡의 노래를 만들어야하니
이런 계산이면,
가요와 각종 공연 같은 기존 수요에 더하어 녹음실이 과부하 걸릴만 한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몇년만에 이바닥에 돈이 좀 풀린듯 보입니다.
주변에 보니 요즘들어 슬슬 월세 안밀리기 시작했다 말하는 분들도 보이구요.

어찌되었건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다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또다시 닥쳐올 한파에 대비를 해야겠죠.
녹음실 오너들께서는 모처럼 돈들어온다 해서
인테리어나 장비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갖는건 위험하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최근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어느 녹음실에 일하러 갔습니다.
이 녹음실 역시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방송 물량에 바빠진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가져간 장비가 현장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킨 모양입니다.
불행히도 이 친구 장비쪽으로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당연히 진행 되는 내내 브레이크 걸리고 시간 지체되고 했겠지요.

현장에 있던 '갑' 께서도 당연히 짜증이 났을테구요.
결국은 이 친구 그 프로젝트에서 짤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후에 이친구로 부터 그 얘기를 들어보니
그 '문제'는 녹음실쪽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99% 인듯했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 여전히 자기만의 잘못으로 알고 있구요....

즉시 주변에 수소문 해보니 최근 그곳서 작업한 사람들이 비슷하게 문제들을 겪었더라구요.
그러나 이 녹음실은 '갑'에게 당연히 밉보이면 안되는 입장일테고
그러다보니 장비에 어두운 이 친구에게 모든 탓을 돌린거였구요.

작업중 녹음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때 그 자리에서 해결이 무척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데 그런 일이 발생하면 녹음실은 당연히 그 문제 해결해야 하는거구
해결 될때까지 스케줄을 잡으면 안되는거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방송처럼 시간이 생명인 작업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녹음실도 '을'이고 이 친구도 '을'인데 을 하나가 돈줄 놓치기 싫어서
다른 죄없는 을을 완전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린 일이었습니다.
이제 이 친구는 다시는 그 '갑'과 일 못하겠지요.

사실 많이 괘씸하더라구요.
그래서 제 능력이 미치는 한에서,
향후 그 녹음실로 향하려던 모든 물량을 다른 곳으로 다 돌려버렸습니다.
물론 거기선 이런 사실 전혀 모르죠.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태클을 걸 생각은 없습니다만
만일 그 때 그런 불미스런 일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 많은 물량을 끌고 그곳으로 일하러 갔을겁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더 큰 이익을 제대로 날려버린 셈이죠.

모처럼 이바닥에 샘물이 흐르기 사작한건 참 좋은 일이지만
다같이 힘없는 '을'끼리 등에 칼꽂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