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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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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입니다. 요즘 혼자서 학교에 남아 영어공부하고 있는데 그다지 진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군요.

역시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큰 결심이나 다짐이 필요한가 봅니다.

레코딩 포럼을 뒤지면서 보다가 스테레오에 관한 그리고 모니터등에 관한 몇가지 글을 보면서 요즘 혼자서 공부하고 있는 현상학에 관련된 몇가지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별다른 이야기도 아니고, 근본적으로 철학에 대해서 어느정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할 부분이긴 하므로 얼마나 여러분들에게 즐거운 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현상학자는 메를로 퐁티라는 프랑스 철학자입니다. 천재입니다.^^ 현상학을 완성했다라고 할 수 있을 사람이지요. 물론 하이데거등이 있겠습니다만, 퐁티와는 다르고 현상학자라고 말하기엔 하이데거의 위치가 좀더 다르게 때문에..^^

암튼 이 사람말고, 건축가중에 알바로 시자란 사람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직도 이 사람의 작품은 여전히 파악이 안됩니다만, 스스로 현상학자가 아니라고 말함에도 다른 사람들은 그를 최고의 현상학자로 꼽습니다.^^

현상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이것이 바로 지각과 몸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메를로 퐁티의 가장 유명한 저작이 바로 '지각의 현상학'이지요. 이는 현상학이 무엇이며, 그의 가장 중요한 사유인 '몸'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아주 어렵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음악과 건축은 실질적으로 공간이라는 매개를 통하기에 당연히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시간의 축에 따라서 그리고 화성이라는 것에 따라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도 건축과 많은 유사한 면을 보이지요.

음향엔지니어 모임에서 이러한 현상학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은 바로 음향은 음악과는 또 다르게 바로 지각과 몸에 관해서 이야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음, 아니 소리의 지각에 관해서 많은 엔지니어들은 모든 음향전문서적 가장 앞에 놓여진 몇가지 법칙만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그만큼 소리의 지각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 이상의 데이터나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특히 현상학의 입장에서 볼때, 소리의 지각은 단순히 귀만으로 자각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상학에서 본다면 공간은 다질적입니다. 이 말은 공간은 시각적인 공간도 있고, 촉각적인 공간도 있으며, 동시에 청각적인 공간도 있다는 것이지요.

시각적인 공간은 우리가 쉽게 이해합니다. 우리의 정보량의 70%는 시각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요.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밤길을 걸어가는 현재의 우리는 무서워합니다. 이것은 바로 정보가 부족한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지요. 따라서 익숙한 길을 걸으려 하고 불분명한 소리에 놀랍니다. 하지만 다른 인디언이나 자연에 익숙한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이 사람들은 자연의 소리에 익숙하지요. 그리고 또한 차가운 바람,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에 대해서도 민감합니다. 눈에 대한 정보량에만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좁아진 처지일 겁니다. 눈에만 의지한 이래 우리는 다른 여러 감각에 대해서 그만큼 무디지요.

또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눈이 안 좋은 저로서는 금세 이해가 되는데, 제가 아는 분 한 분이 눈이 많이 안 좋으신데도 불구하고 안경을 보통땐 벗고 다니십니다. 이 분은 그럼에도 앞에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몸으로 느낀다고하지요. 일명 살기를 느낀다고 할까요? 사람은 눈이 아니더라도 많은 정보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다만 우리가 차단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요.

명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굉장히 놀란다고 하지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별의별 잡생각들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것은 평소에 스스로가 차단하는 별의별 감각과 생각들이 명상을 하면서 열어지게 되면서 발아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공간들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진행하지요. 촉각적인 공간은 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맹인들은 촉각으로 공간을 인지하지요. 이를 바탕으로 퐁티는 공간성에 대한 기본 개념을 공존으로 봅니다. 맹인의 촉각적인 장에도 공존이 있고, 눈을 감고 듣는 소리의 청각적인 장에도 공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있지요. 맹인이었다가 눈을 뜨게 된 어떤 18세의 사람을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태양빛을 만지려고 하는 눈을 뜨게 된 맹인'이라고 말이지요. 즉, 촉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종합하던 사람이 시각으로 정보를 얻게 될 경우, 놀라게 되면서, 몸적인 자아가 움직이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청각적인 공간은 어떠한가요? 메스칼린이라는 약물-마약입니다.^^-를 투여하면 공간에 소리가 보인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색깔로 나타난다고 하지요. 플룻 소리를 들으면 청록색이 나타나고 하는 식이지요.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시각적인 공간과 청각적인 공간이 함께 하는 상호감각의 문제입니다. 이를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약물, 마약에 의한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퐁티는 여기에 이렇게 답합니다. 차량의 소음에서 도로가 단단한지, 울퉁불퉁한지 느끼지 않는가?

또 다른 청각적인 공간에 대해서 말한다면, 아마 음향 엔지니어들은 쉽게 공감할 것입니다. 스피커 앞에서 훌륭한 음반을 틀거나 혹은, 믹싱을 할때 엔지니어들은 소리들을 분리해 냅니다. 그리고 눈 앞에 그 소리들을 정돈하고 배열해내지요. 훌륭한 엔지니어가 녹음하고 믹싱한 음반은 그래서 만질수 있을 것처럼 분명합니다.

예전에 메시앙의 오르간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놀랐던 적이 있었지요. 잠시 눈을 감으면서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 앞에 새 한마리가 날라가더군요. 아주 분명하게.. 사실은 새 한마리가 아니라, 오르간의 연주였지요. 우리는 분명히 소리의 움직임에서 그리고 위치에서 공간을 지각해냅니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그 소리를 통해 어떤 의미를 읽어내지요.

이렇듯 공간은 사실 서로 다른 감각들이 자신들만의 공간들을 점유하며,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서로 침투하고 종합된다는 것입니다.

감각들이 서로 침투한다는 것은 사실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이것을 경험하지요. 그것은 바로 시각입니다. 우리는 두 눈을 가지고 있지요.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정보들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분히 이 둘을 하나로 통합해내지요.

좀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이야기는 공간이란 분명 다질적이고 그것은 몸에 근거한다라는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몸자아게 관한 것이지요. 즉 살아있는 경험속에서 얻어지는 공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대해서 퐁티는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합니다. 즉 거꾸로 보이는 안경의 실험이지요.

거꾸로 보이는 안경을 쓰게 된 이후 사람들은 처음에 당연히 혼돈을 느낍니다. 그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내 안의 몸자아가 세계로부터의 자극에 관해서 그동안의 자극과 명확히 다르게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들은 익숙해져가지요. 즉 거꾸로 보이던 것이 이제는 바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리도 이제 예전과 똑같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실험이 끝나고 안경을 벗게 되면, 사람들은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되고, 운동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하지요. 그리고 왼손을 내밀라고 하면 오른손을 내민다고 합니다. 또한 안경을 쓰고 있으면 처음엔 거꾸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바로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지요. 또한 청각도 시각과 함꼐 조정된다고 합니다.

기나긴 썰이지만, 암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말하는 좌우, 위아래의 소리는 우리의 경험 그리고 그 이상에 의존합니다. 그것은 시각적인 것에도 많이 의존하고 심지어 촉각에도 의지하지요. 퐁티는 이를 몸자아라고 말합니다. 아주 예전에 5.1채널에 관해서 일본의 엔지니어들끼리 모여서 썰을 풀었던 것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미국의 영화를 보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러면서 그것을 분석하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즉 패닝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소리를 넣는다든지, 하는 좀더 새롭게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 지각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도 안되고 해서 그냥 썰좀 풀었습니다. 아는 것도 없는데, 그냥 잘 지내고 있나요 하는 식의 글도 좀 하기 싫어서리..^^

테이레시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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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몸자아관련..

영자와 고등학교때 음악을 함께 하던 선배형이 중국에서 동양의학박사과정을 마치고 얼마전에 군문제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어와있습니다.

아무래도 의학을 하고 있기하지만 지금도 음악과 음향을 하는 형이라.

소리에 대해서 대단히 의학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말씀으로 소리는. 귀로만 듣는것이 아니라

우선. 기(氣)로 듣고.

내장으로 듣는다고 합니다.

내장에서도 고음은 폐가담당하고. 중음과 저음은 다른 기관이 담당하는 등등..

그래서 폐가좋지 않을 경우 쇳소리라는 목소리가 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지나친 피곤함을 주는 고역의 경우 폐에 좋지 않기 때문에.

폐를 보호하기위해 사람몸에서 자연스럽게 고음을 롤오프 되도록 조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내장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또한 기 라는것은 혈액안에서 흐르는 것으로.

이또한 소리를 듣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자는 최근 이 형에게 귀를 더 잘들리게 하기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이 분의 어머님께서 청담동에서 건강안마(치료안마)를 운영하시는데.

중국분이 직접 안마를 해주시는데.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거나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 해주면.

그부분을 위해서 안마를 해줍니다. 여기서 안마라는 것은 물론 기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한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안마를 받고 나면. 귀가 산뜻하게 잘 들린답니다.^^

이외에도 이 형과 동양의학의 관점에서본 음악과 소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척 재미있고. 신기한부분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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