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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마이크 vs 비싼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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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마이크’ 입니다.

아마..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의 음악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인 것 같습니다.

“A vs B 혹은 A vs B vs C 중 어떤 마이크가 좋아요?” 는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죠.

물론 그에 대한 답도 천차 만 별 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지만 요.

 

그럼 도대체 좋은 마이크에 대한 기준을 무엇일까요?

왜 A 마이크가 B 보다 비싸고, 혹은 좋고 혹은 특정 악기에 어울리고 ..

 

제가 처음에 음향을 공부하면서 가졌던 질문은

“왜 그냥 좋은 마이크 하나를 딱 만들어서 그것만 쓰면 안될까?” 였습니다.

어차피 마이크라는 것이 악기의 소리를 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모든 주파수에 완벽하게 균형한 마이크가 최고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였죠.

마이크를 구입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주로 눈 여겨 보는 부분은 Frequency Response (주파수 응답)

그래프 이지요. 제가 궁금했던 건,

많은 사람들이 Flat 한 주파수 응답을 눈여겨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아보는 거의 모든 마이크의 주파수 응답은 제각각 이였죠.

“왜 도대체 완벽하게 Flat 한 마이크를 만들지 못 하는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거의 완벽한 Flat 함을 자랑하는 DPA 4006 마저도 100프로 플렛은 아니니까요.

(물론, Sennheiser 의 RF 마이크 시리즈인 MKH 8020 같은 경우는 100프로 플렛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 99프로 가 좀 더 현실적 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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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마이크 처럼 스펙만 보면 두 마이크가 몇 천불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 실감이 안 납니다)

 

 

많은 녹음을 하면서 제가 느낀 건,

각 마이크 마다 그 색이 있고, 그 색이 어울리는 악기, 룸이 있구나 였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때로는 완벽하게 Flat 한 마이크가 아니구나..

그런데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몇 백만원 짜리 마이크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선 최악의 마이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왜냐면 특정 마이크의 성향이 매번 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건 아니니까요.

싼 마이크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녹음을 할 때, 때론 300불 짜리 마이크가 3000불 짜리 마이크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주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때로는, 싼 마이크와 비싼 마이크를 양 옆에 두고 똑같은 소스를 녹음한 다음,

(예를 들어) 싼 마이크의 3kHz를 3dB 정도 높여 주면, 비싼 마이크와 99프로 같은 소리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Voila_Capture 2014-03-04_09-00-47_PM

 

그리고 실제로 수업 시간에 진행 했던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10개의 다른 마이크를 똑같은 공간에 설치하고, 마이크 프리의 레벨을 Pink Noise로 언뜻 비슷하게 맞춘 후,

두 명의 다른 보컬이 노래의 한 소절을 부르는 것이죠. 물론 보컬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뉘앙스는 조금 달라지지만,

테스트의 목적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하여 과연 사람들이 어떤 마이크를 가장 좋아하는 순위로 뽑을 까 였습니다.

두 개의 수업에서 진행을 했으니 총 4 번의 테스트가 있었는데,

사용했던 마이크 들은, SM7B, KEL HM2D, U87, KM184, R84, COLES, M147, M149, AT4050, SM57 등 이였습니다.

결과는 제각각 이였습니다.

한 번은 U87이 8등에 뽑히기도 하고..

한 번은 KM184 이 1등에 뽑히고 (Small Diaphragm 마이크가..)

한 번은 SM7B가 1등으로 뽑히는 등..

중요한 사실은..

가격의 순이 꼭 제일 좋은 소리를 내주진 않았던 것이죠.

실제로 지금까지 Manley Gold (5000불 어치 마이크) 를 보컬에 사용했을 때,

단 한번도 어울리는 보컬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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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에서 녹음을 한다면, 싼 마이크도 굉장히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제가 말하고 싶었던 싼 마이크와 비싼 마이크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공간에서, 단 하나의 악기와 단 하나의 마이크만 사용해서 녹음을 할 때는 비싼 마이크와 싼 마이크가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다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리 좋지 않은 공간에서 여러 악기를 같이 녹음할 때,

이를테면 재즈 트리오 라던지, 스트링 쿼텟에서 악기를 개별로 마이킹 하였을 때,

비싼 마이크와 싼 마이크의 차이는 굉장히 컸습니다.

 

자 잠깐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차이가 무엇일 까요?

왜 한 악기를 녹음할 때는 소리가 괜찮았는데

여러 악기를 같이 녹음 할 때, 즉 여러 마이크를 동시에 사용할 때는

소리가 좋지 않았을 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마이크를 볼 때, Frequency Response 를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물론 킥 드럼 마이크를 고를 때는, 얼마나 낮은 주파수 까지 해당 마이크가 담을 수 있는 지를 당연히 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게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주파수 응답 그래프가 그렇게 현실적이지 않아서 이죠.

 

마이크 제조 회사들이 마이크의 주파수 응답을 재는 곳은

Anechoic Chamber 입니다.

 

ana

 

직접 반사음도 없고.. 완벽한 곳이죠.

즉, 이런 곳에서 측정이 된 마이크가 그렇게 좋지 않은 룸 에 들어가면

어쿠스틱과 어우러져 완벽하게 다른 소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Cardioid 마이크라고 쳤을 때,

그 주파수 응답율이 대부분은 소스가 마이크에 완벽하게 정면에 있었을 때,

나타나는 그래프 라는 것이죠.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소리가 완벽하게

바뀔 수 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의 주파수 응답율을 측정하는 방법은 굉장히 많이 있는데,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죠.

어떤 측정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테스트를 토대로, 얼마나 정확성을 띄고.. 실험을 하였는지..

그런 부분들은 스펙에 100프로 명시하는 마이크 제조사는 없습니다.

그런 모든 디테일은, 실험실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일반 유저가 알 방법은 없죠.

그저 제조사를 믿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노이만 이나 DPA, Schoeps 등, 브랜드 네임이 있는 제조사의 마이크를 사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제조사들에 대한 신뢰도에 의함이 크지요.

 

길고 긴 서론 이였습니다.

제가 느낀 싼 마이크와 비싼 마이크의 가장 큰 차이는

Off Axis Response 입니다.

즉 마이크가 악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때, 정면으로 바라 보고 있을 때와 (On Axis)

얼마나 큰 차이를 보여주나 이죠.

“그냥 마이크를 악기가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는 생각이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Voila_Capture 2014-03-04_08-59-47_PM

 

스트링 쿼텟 녹음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바이올린 1, 2, 비올라 그리고 첼로를 녹음하는데

메인 페어로 두 개의 마이크를 설치하고 (Stereo Main Pair)

각 악기마다 마이크를 하나 씩 설치합니다.(Spot Microphones)

녹음을 하고 믹스를 하는데 스트링 쿼텟의 발란스가 좋지 않아서

메인 마이크보다 각 악기의 마이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 합니다.

바이올린 2가 너무 소리가 약해서 볼륨을 올리자, 갑자기 믹스의 소리가 엄청나게 좋지 않아 집니다.

그 이유는 바이올린 2 마이크에 들어 간 바이올린 1, 비올라 그리고 첼로의 소리가 너무나 엉망 이여서

바이올린 2의 마이크의 볼륨을 올리면 그 좋지 않은 소리의 볼륨도 같이 올라가고

그것이 전체적인 믹스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드럼 녹음을 비롯하여

같은 룸 안에서 여러 대의 악기와 여러 개의 마이크가 어울려 져서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선

언제나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Clean Bleed 라는 말이 있죠. 한 마이크에 다른 악기의 소리가 스며들어 가도,

스며들어 있는 그 소리가 좋다면 Clean Bleed,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소리라는 것 입니다.

 

방 한 가운데서 마이크를 놓고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그 마이크는 바로 앞에서 부르는 싱어의 소리만 담을 까요?

아니면.. 방 안을 휘젓고 다니며 튕기고 튕겨 마이크의 옆으로 뒤로 들어가는 소리까지 담을까요?

물론, 마이크를 소스에 가까이 위치 시키면 반사음 들은 덜 해지겠죠.

(이 것이 마이크를 소스에 가까이 위치시키는 Close Miking 에선, 비싼 마이크와 싼 마이크가

크게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 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마이크를 소스에 가까이 위치하면, 근접효과 (Proximity Effect)

와 공간감의 부재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Voila_Capture 2014-03-04_09-00-23_PM

 

사실 이 글이 결론지으려 하는 포인트는 없습니다.

그럼 단일 소스 녹음엔 엄청 싼 마이크로도 충분한 것인가..? 비싼 마이크 필요 없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사실 싼 마이크와 비싼 마이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QC (Quality Check) 에 있는 것이 진정한 가격의 차이의 이유죠.

부품의 선택은 또한 마찬가지 이고요.

 

그렇지만..

어떤 종류의 마이크던 .. 그 값이 적던 크던

룸 안에 들어가서 소스 앞에 놓고 들어보기 전까진

절대로 그 소리를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조건 비싼 마이크가 좋은 마이크는 아니라는 것.

홈 레코딩 유저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300만원이 넘는

녹음실 사진만 보면 보이는 U87 마이크가 아니라는 것..

 

마이크의 위치, 소스와의 거리, 룸 어쿠스틱, 올바른 녹음 레벨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소스가

수 백만원 어치의 마이크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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