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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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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마이크를 셋업하고 녹음을 하는 사람일까요?

녹음실에서 싱어가 녹음 더이상 못하겠다고 찡찡 거리면 달래줘야 하는 사람일까요?

 

요 몇일 녹음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얼마전 바이올린 녹음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의 상황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들여와서 녹음을 하기 까지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죠.

가끔 어떤 뮤지션들은.. 그냥 놀러온다는 느낌으로 장난치러 오는 경우도 있어서 종종 놀래곤 합니다.

이번에 처음 녹음했던 바이올린 연주자도 자신의 데모를 위한 녹음을 하러 왔는데.. 제대로 연습조차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철학은.. 어떠한 상황이건 어떠한 연주자건 어떠한 음악이건,

한번 한다고 약속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갔으면 어떻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 해보자 입니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연주자에게 실망을 하면서도.. 이왕 하기로 한거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연주를 들었죠.

바이올린 연주자의 10분간의 연주를 들으며 이런 저런 저의 생각을 정리하던 차에 연주가 끝나고

바이올린 연주자가 들어 보겠다며 컨트롤 룸으로 들어 왔습니다.

같이 10분동안 음악을 듣고 저보고 어떠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저는 솔직한 마음으로..

“두번째 반복되는 구간까지는 T (익명) 님이 별로 하고싶어 하는 느낌으로 연주를 하시지 않으시더라고요. 뭔가 대충 연주한다는 느낌..? 그런데 5분정도 구간에 들어서는 뭔가 잡생각을 떨치고 제대로 연주를 하려고 집중하시는게 들리면서 그 다음부터는 연주가 좋아졌어요. 아마 그런 마음으로 두 세번 Take를 더 하면 좋은 연주를 뽑아 낼수 있을것 같아요.”

라고 말을 하자 그 연주자께서는 본인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녹음을 하는동안 단 한번도 엔지니어가 “Sounds good!” 이라고 말하는것 이외에 그렇게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는걸 처음 들었다고.. 그리고 자기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서 놀랬다고.

(..제 자랑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서 연주자는 제대로 연주에 임하기 시작하더군요. 처음 만난지 5분만에 바로 녹음을 한거라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지만 제가 그 연주자의 연주를 신경쓰고 있고 제대로 담고 싶어한다는 마음을 전할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정말 순조롭게 세션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엔 원래 예정에 없던 다음 세션에 대한 약속과 다음엔 피아노와 듀엣으로 연주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많은 엔지니어들은 실제로 마이크를 셋업하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정말 말그대로 “멍-” 때리기도 합니다.

저는 엔지니어가 단순히 녹음을 하는 녹음 기사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는 음반작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입니다.

George Martin이 비틀즈 제 5의 멤버라고 불렸던 것처럼,

엔지니어란 연주자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는 단순히 사운드를 Capture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 그 시간, 그때 일어나는 느낌, 감정, 연주..

모든걸을 담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한번 뿐일 그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끔은 담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지만.. (쿨럭..)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내며 순간을 정리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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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나님의 댓글

대단하십니다. 한주수님은 음악인의 관점에서 음악을 듣는 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엔지니어는 녹음만 하는게 아니라서 녹음시에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 매사에 피곤하기도 한
자리이죠. 지금 한주수님께서 쓰신 글에서는 엔지니어가 프로듀싱까지 겸하고 있는 상황만이 가정된 듯한
느낌이 약간 듭니다. 엔지니어가 녹음 버튼 누르고 멍때리고 있다면 그건 소리듣기에 집중하고 있는 결과
일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상태로 판단하게 되는 테이크에 대한 관점의 차이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프로듀서가 따로 없는 경우에 특히 녹음에 신경쓰느라 바쁜 엔지니어에게 어떤 테이크가 좋나요?
라고 물어보는 것도 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연주가 잘 된 것과 녹음이 잘 된 것에 대한 관점은 다른 것인데
연주자는 '잘된 것'이란 걸 '연주가 잘된 것'으로 묻고 있음에도 엔지니어는 연주보다
'녹음이 잘 된 것'에 대한 테이크를 좋다고 답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음악을 모르는 엔지니어들은 무척 많습니다. 대신 엔지니어링에는 뛰어나기도 하죠.

역으로, 엔지니어가 너무 많은 자신의 음악적 관점을 주장하는 상황도 실제로 '당해보면' 상당히
괴로운 일 입니다. 당해 본 사람은 알죠. 몇개월 동안 구상해 온 음악을 트래킹 풀자마자 믹싱 엔지니어가
이렇쿵 저렇쿵 자기 멋대로 즉석으로 해석하고 뱉어내는 이야기들을 잠시 들어주어야만 하는 괴로움을.

여러가지로 두루두루 능수능란한 엔지니어랑 작업하는 것이 즐겁죠. 비교적 작업이 편하니까.

한쌍님님의 댓글의 댓글

직립나님의 의견도 상당히 공감되네요.
특히 녹음만하는게 아니라 녹음시에 벌어지는 일하나하나 피곤한 상황이 되는일도 많으니까요..!
정말 1:1로 레코딩하는 상황이라면 좋지만 인원이 좀있는 밴드나 그런팀들중에서도 조금 안다고 너무 나서는 분들이 있기도 마련이죠.
그럴땐 연주나나 엔지니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아예 잃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저런상황이 되면 나서서 그렇게하는것보다 이렇게하는게 더욱 좋을 수 있다고 말하기 애매한상황되기도해서
정말 녹음버튼만 누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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