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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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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는 공부가 어떤 거에요?”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엔지니어..” 라고 답하긴 무언가 애매하고

“사운드 엔지니어에요” 라고 답하면

대부분 “아…” 하고 넘어가죠.

 

사운드 엔지니어는 참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치가 애매합니다.

뭐랄까요.. 음악 시상식에서 엔지니어에게 감사를 하는 경우는 많이 보기 힘들죠.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면서 대부분 세상에 알려지지 않지만

음악 프로덕션에서 그 누구보다 못지않게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그리고 프로듀서 쪽과 아티스트 쪽 둘 다를 만족시켜야 하고 항상 눈치를 봐야하는..

사운드 엔지니어가 한 프로덕션을 이끄는 경우는 이제는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 고용이 되어서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는 직종이죠.

제가 생각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는 “서비스” 업 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라디오를 틀면 음향적으로 정말 별로인 음악들이 많이 들려.. 왜일까? 세상에서 가장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만 음악을 녹음하고 믹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 그 아티스트/프로듀서는 분명히

그 엔지니어와 같이 일 하는 게 좋고 편하니까 계속 일을 하는 거겠지.

스튜디오에선 가장 필수라는 엔지니어링 스킬은 단순히 장비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어야 하는 거니까.”

정말 100프로 공감하는 말 입니다.

몇십 년 전 처럼 엔지니어가 기타리스트한테 맥주를 던져서

그걸 맞고 피를 흘리며 녹음을 했다거나… 콘솔 위에 총을 장전해 놓고 녹음을 했다거나..

이제 그런 일들을 있을 수가 없죠. 녹음을 하다 보면 아티스트의 실력

그리고 엔지니어의 실력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둘의 커뮤니케이션과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 지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사운드가 나오질 않는 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친구가 밴드를 녹음하는데 도와 달라 하여서 도와주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프로젝트 였기 때문에 마이크의 위치나 선정 그리고 모든 세션은 그 친구가 하고

저는 옆에서 케이블 정리라던지 를 도와주던 상황이었죠.

이 친구는 너무나 사운드에 집중을 해버려서.. 밴드가 도착하고 3시간이 되도록 녹음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컨트롤 룸 안에서 소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상황을 아예 모르고 있었죠.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토크백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입니다.

아티스트 쪽에 있었던 저는 밴드 맴버들이 지루해 하고 지치고 너무나 길어지는 사운드 체크에 화가

나려고 하는 것을 보았죠.

만약에 그 친구가 그런 상황을 배제하고 계속 소리를 만지는 데만 집중하였다면 아티스트가 화가 나서

제대로 된 연주가 나오지 않을 수도, 혹은 아예 스튜디오를 떠나는 사태가 나올 수도 있었겠죠 (실제로

여러번 있었던 일 입니다).

 

그렇습니다. 기기를 만지는 스킬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없다면 사운드 엔지니어로써

그 빛을 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엔지니어 들은 하나 같이 성품이

좋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Oscar Peterson, Diana Krall 등의 엔지니어 였던 저의 옛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는 정말

학생들을 휘어잡고 무섭게 가르치셨는데, 제가 아티스트의 입장으로써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는

마치 저의 친 할아버지처럼 저를 대했습니다.. (그 때 느꼇던 당황감이 잊혀지질 않네요..)

그 분은 아예 몸에 베어있는 것 이겠죠. 그 오랜 시간동안 엔지니어로써 살아온 그 습관이.

아티스트에겐 무한한 친절을 베푸는 그 마음이.. 맥길에 계신 George Massenburg 교수님도

같으신 걸로 유명 하시죠.

 

마찬가지로 주위에서 성품이 좋지 않은 엔지니어를 몇 보았는데, 현업에서 종사하지 않거나

그저 그런 일들만 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엔지니어란.. 테이크가 끝난 뒤에,

“아.. 장난아니네요.. 그런식으로 연주하실 꺼면 당장 스튜디오에서 꺼져 주세요.. 아참.. 그리고 집에

가시는 길에 가까운 악기점에 들려서 악기는 팔고 가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와, 첫 테이크 인데 엄청 좋은데요? 아직 손이 덜 풀리신 것 같으니까 천천히 계속 해볼까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아놔 양심적으로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튜닝은 좀 하죠. 지금 430Hz에 튜닝하고 온 거 아니죠?”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Great take!!! Before we do another one, can we tune to make sure we are all in tune?”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하는..

그것이 사운드 엔지니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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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님의 댓글

공감가는 글 잘보았습니다.  엔지니어란 직업뿐만 아니라
모든 콜라보레이션 작업에는 소통이 꼭 필요한거 같습니다.
이런류의 글 예전에 오디오가이 운영자님께서도 쓰셨던거 같네요.
직업적으로 반복된 작업,상황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지다보면
아무래도 그일을 하고 있는 행복감을 잃어버릴수있는거 같습니다.
엔지니어에게 영감주는 A급인 분들을 매번 상대를 만나긴 쉽지 않을거구요.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만큼
음악안에서 하나가 되는거 자체로도 아름다운 그림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작업하면 좋을거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사운드 엔지니어란 직업이 생소하고 위치가 애매한가요?

한주수님의 댓글의 댓글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건 세상 어딜 가나 대중들에겐 생소한 위치일 것 같습니다.

정확히 무얼 하는건지 왜 전문성을 띄우고 있는지.. 일반 사람들에겐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한쌍님님의 댓글

연속으로 두번이나 읽었네요..!
정말 많은걸 느끼고 또 공감되는 글 입니다. 지금은 1년전부터 레코딩엔지니어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전에 오랫동안 밴드생활하면서 그런경험이 있습니다.
첫 레코딩때 장비나 사운드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즐겁게 작업하고 이런저런 조언이나 커뮤니케이션이 많았던 곳에서 레코딩을 한적이 있고, 두번째는 장비도 훨씬좋고 좀더 좋은 사운드를 내주는 스튜디오였지만 엔지니어가 밴드보다 위에위치한다는 듯한 딱딱한 분위기와 조언이아닌 일방적인 가르침을 하려는 분위기 떄문에 불편해서 다음앨범은 다시 첫번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적이 있었죠.
그걸 교훈삼아서 저도 최대한 친절한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막상하다보면 저도 쉽게는 안되더라구요..
노련하게 그런 억누르는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엔지니어의 중요한 스킬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주수님의 댓글의 댓글

공감합니다. 뮤지션으로써 녹음실에 들어 가 본 사람들은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죠.

뮤지션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같이 작업하고 싶은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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