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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리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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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I – 그 첫 번째.

API의 리뷰를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SSL, NEVE와 더불어 레코딩 이큅먼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작사가 바로 API 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도산/합병/매각을 통해 오리지널 빈티지기기의 입수가 곤란해진, 희소성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은 수많은 타사의 인기제품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 API 기기들은 현재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는 살아있는 클래식입니다. 만일 API도 니브와 같은 운명을 맞았더라면 오리지널 1073 보다 더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FORD사가 수많은 회사들을 먹어 치우며 각 제조사의 고유한 캐릭터를 전부 비슷비슷한 구조와 디자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HARMAN이 수많은 브랜드들을 흡수, 언제부턴가 식상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로 전락시켜버린 걸 HARMAN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It’s the 512C
제가 API와 처음으로 인연을 맷은 건 10개의 500시리즈를 탑재할 수 있는 500V 랙마운트 케이스에 512C 4개를 탑재해서 구입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워낙 많은 소문을 들어서 두근거리며 작업실로 가져와 테스트를 해보고는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건 무지막지한 로우의 댐핑과 화려한 하이대역이었으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건 뭐랄까, 모든 힘이 미들에 실려있는 느낌...? 많이들 언급하는 API가 저음이 좋다. 라는 말이 실은 로우미들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하이 역시도 미들하이의 익사이팅 입니다.

512C는 죽을 때까지 미들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범했던 가장 큰 실수는 MPC3000으로 만든, 풍부하게 서브로우가 함유된 킥을 512C로 트래킹한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주의 - 집에 계신 힙합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512C를 보관하세요)

512C의 두 번째 실패담은 기타트래킹이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의 DI를 512C 로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랄까... 모든 반주를 다 뒤로 제끼고 혼자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마치 드라이브 놉을 제로 위치에 놓아도 어쩔 수 없는 마샬앰프처럼...? 만일 존 아베크롬비의 톤을 이렇게 잡았다가는 격노해서 제가 아무리 애원해도 기타 싸서 집으로 가버리실 듯 한 톤이었습니다.

512C는 강렬합니다. 또한 제가 아는 프리앰프들 중에 가장 스피드가 빠릅니다. 니브도 512C와 비교하면 참 부드럽습니다. ^^ ...우리 이번엔 한번 미친 듯이 달려보자, 락앤롤 가자! 할 때 사용하면 됩니다. 팝의 예를 들자면, Knack의 My Sharona 같은 톤이지요.

저는 이제 512C를 100%로 사용합니다만, 그건 그 톤에 적응했다기 보다는 사용법을 이해하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이 첫 번째로 구입하는 프리앰프로 512C나 3124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첫 번째 프리앰프는 512C 였습니다만) 왜냐면 비장의 무기일 순 있어도,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식기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지요....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팝을 녹음하려는데 스튜디오에 512C 밖에 없다. 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한가지 팁입니다.

512C의 독특한 강렬함은 바로 적정 게인일 때에 미세하게 걸리는 새츄레인션에 있습니다. 적정게인에서 이미 포화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걸 회피하는 방법은 원하는 게인보다 10db 이상을 낮춰서 받는 방법입니다. (피크일 때 -15db 정도) 물론 약간의 S/N 은 떨어집니다만, 톤은 차분해집니다.

이로써 제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API의 리뷰를 프리앰프로 스타트해 보았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이큐와 컴프쪽의 리뷰도 올려보고 싶네요.

그럼!
[이 게시물은 최정훈님에 의해 2008-08-14 23:07:11 사용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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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es님의 댓글

정말 재미있는 리뷰입니다....계속올려주시길 고대합니다...정말 재밌네요...특히 실패담에서는....ㅎㅎㅎ....

신동철님의 댓글

참 관심이 많이 가는 프리였습니다.

A2D 보다 3124 가 그리고 그보다 512가 더 API적이는 소리때문에...

A2D를 써봤던 저에는 관심목록 1위였습니다.

이렇게 리뷰를 보니...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jky님의 댓글

흐얼... 저도 512C만 단독으로 처음 입양해서 허거덩~ 한적이 있습죠...
실패기가 참 와닿는...
API는 512C+525조합이 선행되야 비로써 API특유의 소리가 나와주는듯..^^;

그나저나 500V 언제 다 채울려나... 쿨럭..

김동준님의 댓글

정말 너무 재미 있습니다.처절한 실패담이 ...죄송하지만 왜이리 잼있는지 막 API처럼 팍!팍! 와 닿는군요~

전 AB님 팬입니다.중독성이 있는 리뷰 입니다. 컴프와 이큐도 기대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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