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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얼마 전 발표한 EP 작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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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이 리뷰게시판에 작업기를 올려도 된다고 하셔서 간만에 편하게 시간을 내서 허접한 작업기 한번 올려봅니다.

항상 부족하여 공부하는 입장이라 읽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막 시작하시는 작곡가 분들이나 작곡 편곡 믹싱 마스터링 까지 혼자 하며 짜릿한 모험을 즐기고 싶은, 저와 입장이 비슷한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작업기를 남겨봅니다.

이번에 발표한 EP는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전자음을 쓰지 않고 어쿠스틱 악기 구성으로 미디와 샘플만을 이용하여 만들어 보자’ 라는 막연한 컨셉을 잡았습니다.

원래 작년 10월에 완성된 곡들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밀려 연기가 되었었고, 정규 믹싱 작업을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할 예정인데 신변상의 이런 저런 이유와 너무 공백이 길어질 것 같아 정규 전 EP로 얼마 전 발표를 하였습니다.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하였는데, 잘해서가 아니라 혼자 책임지고 작업하는 게 좋아서였습니다. 어차피 재즈라는 게 특정인의 테이스트에 신경 쓰거나 눈치를 본다고 인지도가 오르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만족이 유일한 원동력이기에 최대한 즐겁게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덜 받고 전 과정을 혼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EP는 어차피 악기나 마이크(딱 1번 받음)를 받을 일이 없어서 회사 작업실이 아닌, 집에서 다 진행을 했습니다.

프로툴9 네이티브, HD192, 콜맨 모니터링 컨트롤러, KRK VXT6, 브라이스턴, NS10m 으로 모든 작업을 끝냈습니다.
 
제가 제대로 공부한 엔지니어도 아니고 정규앨범 발매 시 다시 믹싱을 할 계획이라 믹싱이나 마스터링에 관한 얘기보다, 주로 작곡과 편곡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작업 공간은

4.5미터X6.4미터 정도의 방이고, 특별한 어쿠스틱 트리트먼트도 전무한 방입니다. 작업실에 안가고 아무 때나 악상 떠오르면 집에서도 편하게 작업하려고 아무 계획이나 제한 없이 작업실서 안 쓰는 장비 위주로 가지고 와서 세팅한 곳인데, 작곡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 수준의 장비들입니다.

일단 앨범에 사용된 소스들은 피아노는 엘리샤와 미니그랜드를 썼습니다. 유명하고 무거운 가상악기들도 좋은데, 집 컵터엔 가벼운 가상 악기만 있고, 이번 발표 음악에서 별 필요성을 못 느꼈고 충분합니다. 원래 처음에는 스케치용으로 가볍게 걸고 한 건데 나중에도 바꿔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냥 밀고 나갔고, 일부러 에어감과 라이브감 주려고 로우파이도 가는 마당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엘리샤로 메인 피아노 드라이 소리, 그리고 미니그랜드로 FX를 뽑았습니다. “예나” 에 나오는 피아노 리프만 삼익 업라이트에 C414 (포커스라이트 레드) 로 두 번 받아서 믹스했습니다. 한번은 플레이어 위치 , 한 번은 피아노 뒤에서 근접으로 받았습니다. 가상악기로도 충분한데, 그냥 해봤습니다. 100% 호기심으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브라스 계통의 소스인데,,음악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딱 떨어지게 원하는 롱프레이즈 샘플들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가상 악기로 연주해도 들을 만한 재즈 솔로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글로 설명 드리기가 참 어려운데, 엄청난 노가다입니다. 브라스 계통 악기 연주를 유심히 많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브라스 계열은 원한대로 악보대로 피아노 같이 100% 피치가 맞지 않습니다. 그게 힌트입니다. 재즈답게 소리를 내기 위해선 음의 이탈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잘 이용해야 하고, 단 몇 초의 연주를 위해서 장시간 고민하는 것을 즐겁게 넘겨야 합니다.

저는 오토튠과 웨이브스 튠으로 미묘한 마지막 라인을 정리하고 잡습니다. 그리고 멀티트랙으로 한 번에 연주한 듯 스무스하게 시퀀싱 작업을 하는 게 포인트 같습니다. 저는 트럼팻이나 본 그리고 섹소폰은 키별로 정리된 소스들이 있어서 좀 작업이 용이한 편입니다. LP와 샘플 씨디에서 필요한 부분만 자르고 모아서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6~7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컨트라베이스도 재즈답게 맛나게 시퀀싱을 하려면 피아노 치듯이 피치가 딱딱 떨어지면 안 됩니다.

박자가 더 중요한지라 베이스라인을 좀 타악기 같이 만드는 게 화성을 신경 쓰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타이틀인 “숲가에 서서”는 일부러 스타카토로 똑똑 끊어지게 치면서 느린 노래가 퍼지지 않게 리듬을 더했습니다. 특히 실제 연주가 아닌 시퀀싱의 경우 컨트라 잔음을 잘 못 끌면 노래방 소리가 돼서 조심해야 합니다.

드럼의 경우 일단 개별 소스를 잡아 패닝까지 벌리고 실제로 악기라고 생각하고 시퀀싱을 합니다. 주 리듬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악기수가 작은 재즈곡의 경우 다른 악기와의 조화에 더 신경을 쓰는 게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곡들의 드럼은 주로 메인 악기들을 역동성 있게 서포트 해주고 전체적인 그루브 감을 주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음악과는 다르게 가장 마지막까지 손 본 것이 드럼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럼에서 풍성한 공간감도 느껴지고 리얼한 맛을 주는 건 역시 룸이나 오버헤드를 잘 잡아야 합니다. 이번 3곡 모두 종전 다른 곡들 보다 룸을 많이 줬습니다. 특히 “숲가에 서서” 같이 작은 스테이지를 생각하면 쓴 곡은 메인인 뮤트 보다 드럼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룸이 느껴지는데 근접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포커스를 맞춘 것 같습니다.

“예나”에 나오는 기타 소리들도 상당한 노가다입니다. 그냥 쉽게 몇 십분 만에 나오는 소리들은 없습니다. 나일론 소리는 튬 먹이면 소리가 아주 밥맛이 떨어져서 결국 원하는 조각을 찾아 잘라서 붙이는 무모한 퍼즐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그 외, 플륫이나 약간 나오는 스트링은 EWQL XP입니다. 그리고 추격자의 올갠은 앳모스피어프리셋 찾아  FX 들어가서 좀 만진 소리입니다.

작업 시 최종으로 깔린 트랙 수는 50-60개 정도인데 믹싱 전에는 20-30 정도로 정리를 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써 놓고 보니 참 허접한 작업기네요 ㅜㅜ 주절 주절 써 놓고 웃긴지... 올릴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하다가 올립니다. 저 같이 허접한 사람도 올려야 다른 뛰어난 능력자들도 자신감 갖고 많이 올리실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작업에 관해 궁금한 것은 댓글로 물어보시면 있는 그대로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좀 노하우가 쎈 건 쪽지라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요즘 같은 무료 노하우공개가 트렌드인 시대에 무슨 음악작업에 큰 비밀이 있겠습니까.

단지 먼저 해보고 일찍 해봐서 먼저 알고 있을 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안되는 사람은 세션 파일을 열어서 코 앞에서 보여줘도 모르고, 되는 사람은 말만 들어도 작용하고 더 발전시키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회원님께선 다운은 못 받으시더라도 링크 타고 한 번씩 들어 보시고 추천도 해주시고 좋은 댓글이라도 남겨 주시면 큰 힘과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http://mnet.interest.me/album/282349

감사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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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나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늘늘님. 드디어 고대하던 작업기가
올라왔네요. 프로툴로 미디 작업을 하는 그 자체가
어찌보면 노가다인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리플이나 쪽지로 여쭤보지 않고 직접 세션보러
찾아뵐까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작업물로써 거의 신의
영역에 도달하신 듯 하구요.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실제로 있는 거다 싶습니다.

아직 안들어 보신 오디오가이 회원분께서는 이 분의
이번 음반 만큼은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결코 미리 상상하지 마시고 Mp3로 구매하셔서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정신적인 충격에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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