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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Revive 음향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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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 이런게 정말 가능한가! 싶었습니다.
가격을 떠나서, 소리에 이렇게 에너지가 더 붙고 하는 것이 참 신기했거든요.
 
저는 주로 작곡, 편곡에 관련된 일을 주로 합니다.
그렇기에 제 작업실의 녹음부스는 무척 좁고, 드라이한 공간입니다.
간단한 보컬 녹음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공간이다보니, 넓지 않고요.
그래서 주로 콘덴서 마이크를 단일지향성으로 놓고 보컬 녹음을 많이 합니다.
가끔 어쿠스틱 기타, 스트링 솔로 녹음을 하기도 하고요.
 
리뷰를 위해 이 음향판을 받을 무렵의 저는, 
다른 작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룸튜닝에 대한 갈증에 메말라 있었습니다.
룸의 한계로 인해 마이크를 가까이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겨운 립 노이즈, 치찰음들을 오토메이션하거나 일일히 지우는게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룸이 더 좋아지면 이런 작업이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 녹음 역시 더 어려웠음은 말할것도 없었고요.
 
기다리던 시간이 지나고, 음향판 두장이 왔습니다. 
대략 제 허리선까지 오는 사이즈였고, 영상과 같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일종에 구세주 같은 기분으로 받자마자 부스로 잘 모셨(?)습니다. 
성능 테스트를 돕기 위해 찾아온 여자 보컬과 함께 녹음을 진행하였고, 
음향판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을 A/B 로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무척 실망했습니다.. 

단일지향성 패턴으로, 팝 보컬녹음에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효과를 보려면, 
최소 두 면정도의 벽이나 천장 전체를 이 튜닝재로 도배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녹음해둔 샘플을 아무리 들어도,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웠고
샘플간의 약간의 차이도 플라시보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장당 백만원에 달하는 이 비싼 녀석을..  한 벽을 바르려면 수천만원이 드는데, 
저처럼 가난하게 음악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에.. 
 
영자님께 이렇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2015년 1월 14일 수요일
[휘리] [오후 8:50] 영자님! 별일 없으시지요?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데모해보고 있는 이 음향판에 대해서.. 오히려 별 효과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고, 녹음 받아보니 큰 차이도 안나고 하는데요.. 기껏 데모해주셨는데 부정적인 리뷰도 괜찮으신지요?
[오디오가이] [오후 9:07] 솔직하게 써주셔요!!
[휘리] [오후 9:20] 넵! ^^

그렇게, 부정적으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가격에 비해서 정말 별로인 물건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근데..
 
덩치도 큰 이 녀석을 어디 놔둘곳이 마땅히 없어서, 부스 정면 벽에다가 세워두고는
그날 스케줄이 좀 있어서 계속 녹음을 했습니다.

그 다음 일정은, 바리톤적인 음색을 가진 테너분의 곡을 녹음하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한창 녹음을 하던중에 아티스트분이 오늘 노래하기가 좀 편하다고, 
정면에 세워놓은 이건 뭐냐고 하시는겁니다.

저도 그날 따라 소리에 약간 힘이 붙고 한 느낌을 받아서 컨디션 탓이려니 했는데,
혹시 음향판 때문인가 싶어, 부스에 들어가서 노래하시는걸 직접 들어봤습니다.
여자 보컬이 대중가요를 노래할 때는 큰 영향을 못 미치던 것이,
성량이 큰 성악가가 노래하니, 단 두장만으로도 소리의 차이가 나더군요..
혹시나 해서 살짝 뒤로 돌려놓고 테스트 해보기도 했는데,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나서 조금 놀랐습니다.
영상만큼의 드라마틱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저역이 더 타이트해지고, 
테너가 고역을 힘있게 지를때 나는 쇳소리가 많이 부드럽게 감겨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효과를 보고, 이 음향판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뀌게 됩니다.
'아.. 가요 보컬 녹음을 위한 것은 아니었구나..'
'레코딩시에 이 녀석을 사용하려면 볼륨이 좀 큰, 서스테인이 있는 악기에 어울리겠구나..'
'괜히 영상에서 첼로를 선택하여 테스트한게 아니구나..'

그렇게 이녀석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다른 활용방안은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원래 이 녀석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 녀석의 본래 용도는, 
레코딩 시의 어쿠스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스피커 청취시의 룸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녀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피커 뒤에 어떤식으로 배치해서 써보라고, 사용 예시까지 나와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피커 뒤, 스피커 사이, 컨트롤룸 벽면, 두 스피커 사이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 배치하여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레코딩을 위한 룸 튜닝재가 아닌, 스피커 청취를 위한 룸 튜닝재로요.
 
 
 
결과는..
 
스튜디오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디퓨져들 보다도 좋았습니다. 
정말 이게 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스피커의 해상도와 정위감이 무척 좋아졌고, 고역이 깔끔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디퓨저들은 가까이 가서 말을 해보거나, 박수를 쳐보는 등 소리를 가하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고, 앞에 무언가 벽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코앞에 대고 주절주절 말을 하고 있으면, 마치 음향판 너머에 
또다른 공간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대로 튕겨내거나, 다 먹어버리는 자재들과는 정말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 제품을 두개 정도 사서, 브라켓을 만들어 스피커 뒤 벽에 하나씩 걸어뒀다가,  
부스에서 가끔 필요할 때, 잠깐 가져다가 세워두고 녹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것보다 아쉬운 점은,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정확하게는 모르나, 한장당 100만원대 초반의 금액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이파이 환경 룸튜닝재로 개발된 것이다보니, 
왜인지는 모르나.. 외피가 '토르말린에 적셔 말린 실크(SILK)' 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고가이면서도, 전체적인 내구성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부스에 배치했다가, 마이크 스탠드로 실수로라도 한번 찌르면 바로 100만원이 허공으로.. 
창호지 같은 외피 실크소재가 핵심 부품이라 부분 AS 도 불가능하답니다..

녹음 손님중에 한분에게 가격을 알려드렸더니, 위축되서 노래를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부스에 상시 배치는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ㅠ_ㅠ)
 
여기까지 사용해본 제 부족한 리뷰를 마칩니다.
고민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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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zMusic님의 댓글

잼있게 잘보았습니다!!! 저도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허나 조심성이 조금 부족한 제가 쓰기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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