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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 or not 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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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외장 장비 몇개 사용해본 간략한 사용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마이크 프리앰프나 팬텀파워 HI-Z 등의 기능은 모두 탑재되어 있고, 그외의 별도의 DSP 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시그널 프로세스를 사용하게 하거나 혹은 DAW 등을 사용해서 추가적인 장비 없이도 음악 작업을 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는게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플러그인들의 성능이 엄청나게 높아져서 현실에서는 보기도 힘든 진귀한 장비들의 소리를 어느정도 예상하면서 작업하는게 가능하기도 합니다.
 
 근데 사실 ‘꼭’ 필요한건 아니더라도 이놈의 외장 장비들은 왜이리 땡기는건지… 특히 기능적으론 그저 ‘증폭’ 에 불과한 프리앰프들은 소리도 느낌도 다 달라서 정말 종류별로 모두 가지고 싶어 집니다.
 
 하여 이번에 써본 장비들은 무엇이냐… 하면
 
Manley CORE 와 Grace Design M101 입니다.
 
 
 먼저 Manley CORE  는 Manley 사의 제품중 가장 ‘저렴’ 한 모델입니다. 튜브 프리앰프, 컴프, 이퀄라이저, 리미터 까지 들어있는 채널스트립임에도 말이죠. (맨리치고 싸지만 그래도 만만한 가격은 아닌게 함정.) 개인적으로 예열 후열 거기다 불균일한 특성과 노이즈 등등등 다양한 이유로 4~5 년 전만해도 튜브가 들어간 장비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현재는 튜브 소리를 매우 선호하기에...(취향은 변하는 겁니다!) CORE 부터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연결해 본 것은 마이크가 아니라 Line 입력 이었습니다. 저는 베이스를 잡은지 1 년이 될까말까한 실력입니다만, 그래도 노래보다는 훨씬 나은 소스라고 생각해서 (…) 소리를 들어보았는데요… 사실 장비를 사용함에 있어 스펙에 명시된 수치나 그래프는  그저 참고일 뿐이지 그 느낌을 전달하는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녹음을 해서 드라이한 트랙들을 비교해본다고 해도 그 트랙을 사용해서 최종적인 결과물까지 완성되는데 그 장비의 영향력(?) 을 판단하는게 쉬운일도 아니고요. 오히려 실제 그 장비를 사용해서 녹음을 했을때의 연주자나 가창자의 느낌 혹은 장비를 조작했을때 느껴지는 변화라던가 그 느낌이.. 비록 주관적이고 추상적이겠지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Manley CORE 에 연결한 베이스의 소리는요.
 
 아시다시피 숙련되지 않은 (저같은) 연주자는 부정확한 연주로 인해 톤의 일관성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근데 Manley CORE 에 연결해서 연주를 하자마자 든 생각은 최소한 몇개월은 더 연습한 느낌이랄까요. 이런 느낌은 내장된 시그널 프로세서에도 그대로 적용 되는데요. 적용된 수치에 정확하게 반응해서 원하는 만큼 바꾼다는 느낌이 아니라 대충 이런 느낌의 자신만의 소리로 변화시켜가는 느낌이 듭니다. 얼핏 소리의 가변성이 적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실 수 있는데 그런것은 아니고요. 성형수술에 빗대어 디지탈 프로세싱은 눈썹을 고친다던가 눈꼬리를 고친다던가 하는 느낌이라면 Manley CORE 의 프로세싱은 최소한 '김태희의 눈', '원빈의 코', '수지의 얼굴형' 뭐 이런식으로 바뀌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내장된 컴프와 이퀄라이져 모두 수치에 따라 변화 된다기 보다는 성향이 변화되는 느낌으로서 강하게 다가옵니다.
 
 어쨌든 그래서 약간 비어있고 멍청한 (사실 그래서 좋아합니다만) 호프너 베이스의 소리를 무식하게 두껍게(...) 잡아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VOCAL : DPA d:facto -> GraceDesign M101
Guitar : DPA 4099G -> OctaMic II
Bass : Manley CORE
 
 사실 이 영상을 촬영할때 여러가지 사고로 인해 (스네어 피가 찢어지고, 마이크를 거꾸로 놓고… 카혼 픽업이 떨어지는등…;;) 고생이 많았고 최종적인 사운드도 좀 기존에 해오던 음악이 아니어서 미묘하긴 한데… 일단 저같은 초심자가 베이스 소리를 저만큼 올려놓을 수 있다는게 보다 더 안정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기존 영상에선 상대적으로 베이스의 소리를 상당히 줄여놓은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서 최근에 작업한 음원의 보컬 트랙에도 CORE 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출시된 음원이라 간단한 링크만 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485972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491340
 
Don't know why 라는 곡은 보컬은 CORE 로 받고 기타랑 앰비언스 마이크는 M101 과 UCX 내장 프리로 받은후에 CORE 로 다시 쏴서 트랙을 받았고요,
Wonderful World 는 보컬만 CORE 로 받고 나머지는 CORE 의 프리앰프를 Nebula 로 샘플링해서 사용했습니다. 실키하다고 해야할까 뭔가 샤~ 하긴 한데 쏘지 않는 튜브의 느낌을 적극적으로 끌어다 쓰는 기분입니다.(스테레오가 포함된 채널을 리앰핑 하기엔 게으름이...)
 
 소감은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드라이브가 심하게 걸리거나하지 않은) 풍성한 튜브 느낌의 사운드가 좋습니다. 그렇다고 고음쪽이 멍청하다거나 하지도 않고 상당히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소리를 끌어 올려주는 느낌입니다. 내장된 컴프나 이퀄라이져를 조절할때의 뭔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느낌도 매우 좋고요. 특히 DI 로 베이스를 사용할때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용상의 특징이라면 게인이 가변이 아니라 40, 60 dB 이렇게 두가지 모드로만 존재하고 이를 감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것, 튜브 장비답게, 전기 노이즈에 민감하다는것 정도가 주의해야할 듯 하고... VU 메터의 색상이 좀 거슬리는... (맨리는 VU 색상 변경 옵션을 도입하라!) 그리고 어쨌든 더 비싼 (dual mono, voxbox, slam) 제품들은 더 좋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것은 좀 문제겠군요. (내장된 튜브와 트렌스포머가 조금씩 다른듯 합니다.)
 
이어서 M101 을 사용했는데... 일단 CORE 후에 들어서인지 DI 는 차분하긴 하지만 평이한 느낌이고요. 마이크 프리앰프는 먼저 영상에서도 사용했었고, 기타 리뷰겸 짧은 영상을 찍을때도 사용했었는데 '깔끔하다', '차분하다' 정도의 이미지였습니다. 평소에 많은 채널을 사용할때 메인으로 사용하는 프리앰프는 RME OctaMic II 였는데요. RME 의 프리앰프는 뭐랄까 뭔가 케릭터가 있다기보다 있는그대로 딱 증폭만 하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그레이스 디자인의 M101 은 그것보다는 좀더 차분한 소리로 녹음되는 느낌이랄까요. 카메라에 예를들면 OctaMic II 는 정말 아무 가공 없는 DSLR 의 RAW 파일이라면 M101 은 그래도 커스텀 화이트 밸런스 정도는 적용된 느낌이고 CORE 는 필름에 가까운 느낌??
 
 
Close :DPA 4099G -> M101
Ambience : AEA A840 -> UCX preamp
 
 
공교롭게도 CORE 처럼 M101 도 자사 모델중 가장 저렴한 모델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5dB... 리본모드에서는 약 10dB 가 추가되는 무시무시한 증폭을 보여줍니다. 다시말해 상대적으로 노이즈나 왜곡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테고요. 프리앰프 자체의 케릭터가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만, 묘하게 노래하는 친구들은 CORE 보다도 m101 이 좀 더 편하고 자기 소리처럼 들린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건 두사람 밖에 비교군이 없어서 신뢰도는 좀 떨어집니다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강한 케릭터가 부여되거나 (CORE) 있는 적나라한 (OctaMic II) 의 사운드 보다는 약간의 도움을 받은 소리를 편하게 생각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m101 은 미묘하게 정돈된 케릭터를 가지고 있거든 했거든요.
 
 외장 장비를 쓸때마다 느껴지는건 정말 세상엔 많은 장비가 있고 특히 그 나름의 이름값을 유지하는 브랜드는 그 특유의 개성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현재 많은 회사의 최신의 플러그인들도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보다 기존의 유명한 아웃보드들을 재현는데 열정을 쏟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근데 확실한 부분은... 심지어 소리는 비슷할지 몰라도 실제 그 소리를 변화시키는 느낌은 디지탈로는 절대로 비슷하게도 구현이 불가능 한듯 합니다. 즉 시그널 인풋에 따라 변하는 커브는 재현이 가능할지 몰라도 노브와 소리가 1:1 로 반응하는 그 느낌은 재현이 불가능 하니까요. (이건 제로레이턴시라고해도 구현이 불가능한 '느낌' 이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백기가 짜리 샘플로 그랜드 피아노의 특정 플레이를 재현은 할 수 있겠지만 연주자가 느끼는 피드백 까지 재현하는건 불가능 하니까요. 글세요... 없어도 됩니다. 근데 써보시면 뒷일은 책임 못집니다 정도가 언제나 처럼의 결론이 되겠습니다.
 
케릭터가 가득한 TUBE 계열의 장비거나, 깨끗하고 넘치는 게인을 제공해주는 장비이거나...
 
TUBE or not TUBE.
 
 
마지막으로 RME OctaMic II 로 녹음하고 Nebula 로 샘플링된 CORE 로 도배한 영상 하나 투척하고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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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님의 댓글

노래를 정말 잘하는 것 같습니다...Hcube님이랑 함께 하는 뮤지션들은 참...느낌이 좋은것 같습니다...^^(뮤지션 광고같은 느낌이..^^)
PS:진공관은 원래 워낙에 좋아해서...^^; 드릴말씀이....^^:;

Hcube님의 댓글의 댓글

hans 언제나처럼 뮤지션 알릴겸 리뷰겸 쓰고있지요 ㅎㅎ 전 진공관의 매력을 늦게 깨닳아서인지 요즘 진공관이 진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ㅠ_ㅜ 그 모든것의 시작인 Miktek CV4 ㅎㅎㅎ

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하하하 그점에서는 저의 책임(?)도 좀 있느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Hcube님의 리뷰 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분기별 한번씩 이렇게 리뷰좀 남겨주셔요!

혹시 NEVE 사운드는 관심없으신지요?

BAE나 피닉스 오디오. 챈들러 등등.. 관심있으신 제품 있으시면 리뷰겸 보내드릴께요!!

Hcube님의 댓글의 댓글

솔직히 영자님 '때문에' 저의 튜브와 리본에 대한 사랑이 넘치게 되었죠. (책임지세요!! ㅎㅎ)
그리고 Neve 는 관심 너무 많아요. 하지만 뒷감당이 두려울 뿐이죠 ㅎㅎㅎ
3 월쯤 새 음반이 들어갈듯 한데 그때쯤 스케쥴이 맞으면 꼭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ㅠ_ㅜ

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지난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하루 10시간씩

진주 레코드마스터 스튜디오에서 국악 녹음을 했는데.

피닉스 마이크프리. 진짜 좋더라구요.

일정 나오시면 말씀주시면 바로 보내드릴꼐요.

저는 이번에 8채널 프리를 데모로 받아서 사용했는데. 정말 반했습니다

sangpd님의 댓글

음악이 참 좋습니다. 청량감이 들면서도 왠지 끈끈한 느낌이 드는 아침에 들으니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현장감있는 레코딩 또한 정겹네요..^*^

Hcube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 현장 녹음이나 아웃도어 녹음이 너무 재미있는거 같아요. 날 풀리면 밖에서 이것저것 촬영하고 녹음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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