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T 두번째 학기

    Musicians Institute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생긴 77년 이전에 원래 작은 스튜디오였다고 한다. 거기엔 Joe Pass와 같은 명연주자들이 상주하면서 녹음새션을 하면서 학생들도 가르쳤고 여기에서 배운 학생들은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는데, 그 전통은 몇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어느 수업 시간에 이 이야기를 듣고 느긋하게 지낼 곳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지만 여전히 두번째 학기는 애기 수준에 머물렀다고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Single String Improvisation & Rhythm / Rhythm Section Workshop

    기본 과목, 수업을 시작하기전 선생이 괜찮은 곡들을 틀어주고 솔로를 분석해주었다. 교제에 나온 것보다 그 짧은 시간에 익힌 것들이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음악학교라는 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과 동시에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늘 학교가 제시한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실제 무대 위에서, 시장에서 통하는 센스를 잊어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 밖에서 많은 활동하는 선생(Pathik Dasai) 덕택에 도움이 된 것 같다.

Harmony & Theory, Ear-Training / Guitar Reading / INTRO TO VOICE

    여기선 좀 환상을 깨는 솔직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세개의 수업에서 평균적으로 젊은 미국인들이 멍청하다는 걸 느꼈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에 아주 조금 플러스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론,시창 수업에서 나가 떨어지는 애들을 보면 노력을 안해서 그런다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멍청한 것이라고 밖에 결론을 못내리겠다. 그 분위기에 휩슬리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리딩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선생이 조금 엄격해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엄청 쉬운 시험 (난 내가 작곡한 것도 완벽하게 기보 못할 정도로 악보랑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내가 쉽다고 하면 진짜 쉬운 거다.) 을 앞두고 버벅대는 애들도 역시 노력 문제가 아니라 뇌용량 차이인가.. 할 정도다. 

    보컬 수업 역시, 시덥지 않은 불평 - 수업 시간 중에 가성, 진성을 연습하는 데 고작 한시간 가지고 피곤하다고 징징대는 것, 하드코어 노래를 개미만한 목소리로 쥐어짠 뒤, 선생이 이 노랠 안좋아해서 점수를 짜게 줬어 하는 걸 보면 이건 뮝미? 라는 반응 밖에 안나온다. 

Live Playing Workshop

    운이 좋았던 게, 몇몇 무대에선 예정된 기타들이 오지 않아 한시간 동안 밴드랑 연주한 적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Earth,Wind & Fire LPW에서 그 밴드에 직접 있던 내 개인교수, Vadim과 한시간 동안 연주를 했다는 건, 여기서 흔한 이야기일진 몰라도 평생 오지 않을 기회라는 점에서 킹왕짱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Open Council

    MI에서 유명한 기타리스트라고 하면 Scott Henderson이 있는데, 솔직히 아직 내가 재즈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 늘 붐비는 그의 시간은 조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몇몇 한국 학생들이 재즈를 연주하는 걸 보면 기가 찰 정도로 잘한다. 아마 다음 학기정도에 나도 도전해보지 않을까?

INTRO TO SONGWRITING
    
    작곡은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시작하기로 하자. 나는 공장 같이 찍어내는 노래들 대부분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해서 돈을 몰고 오는 데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작곡에 일정의 규칙과 구조들은 존재하고 문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하게 있지만 작곡의 본질은 누구도 가르칠 수 없다. 특히 세대간에 걸쳐 음악이 활발한 문화로서 자리잡은 미국에서 (모질게 말하자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동경하고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미국) 작곡, Songwriting은 매우 예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NYU에서 들었던 같은 주제의 수업에서도 그랬지만 가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음악과 문학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다시 학생들 이야기를 하자면, 멍청함과 고집과 반대로 문화적 배경에서 묻어나는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놓은 기말과제는 SNL에 당장 쓰여도 될만한 유머감각과 재치있는 가사들이 돋보였다. 한 팀은 Feist와 레게를 섞은 듯한 느낌의 곡을 내놓았는데, 내가 먼저 제안을 해 지난 주에 녹음을 끝내고 믹싱 단계에 있다.


    어느 선생이 말하길, MI는 다른 뮤지션을 쇼핑하기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고 했다. GIT안에서 갖히기엔 난 솔직히 기타에 대해 엄청난 열정이나 열망이 있는 건 아니고 기타연주자 보단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인이 되고 싶고 또 새션이 아닌 프로듀서, 창작자로써 저작권을 다가져갈 속셈이기 때문에 빨리 내 계획들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GIT 첫 학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1998년 3월, 알고 지내며 갓 연주를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과 함께 일산 최초의 학교 공식 밴드를 만들게 되었다.(이걸 굳이 자랑하고 싶은 이유는 공금을 합법적으로 끌어와썼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서 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외활동부서로써 이름을 등록해야 했는데, 하필 그 날 마침 드럼을 치던 친구는 방송부에 일이 있었고 기타를 치던 한 친구와 노래를 부르던 친구는 잠에서 깰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후에 다른 친구가 전학을 오면서 합류하게 되는데, 소위 그 당시 태동하던 홍대앞 인디씬의 선진 문물을 익히고 온 녀석이었다.) 결국 내가 교무실로 가서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미스터빅의 폴 길버트가 졸업하고 선생질을 하던 GIT란 학교에서 이름을 따와 Groupsound of Infinite Trial 이라는 어이없는 이름을 적어냈다. 그 학교는 버클리나 여타 세계의 유명한 음악대학교와는 다르게 기타를 치는 사람들에게 상징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쨌거나 그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그 뒤로 몇몇 재미있는 공연을 해냈고 대학을 간뒤에도 그 때의 친구들과 간간히 다른 밴드를 통해 음악을 시작했고 군대를 다녀온 뒤 난 홍대앞 클럽 등지에서 가내수공음반을 만들어 파는 "인디" 음악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난 졸업을 하고 몇차례 고민을 하다 도피성인지 모를 어학연수길에 올랐고 뉴욕에서 1년 반 동안 언어를 익히고 파티를 즐긴 뒤, 올해 9월 헐리웃에 자리를 잡고 그 어린 시절 농담처럼 입에 달고 있었던 GIT를 시작했다.

   학교의 첫 인상은 "이거 흥미진진하겠는 걸?" 이었지만 농담따먹기로만 끝난 면접에서 선택한 레벨1의 "어이없이 쉬움"과 같은 수업의 학생들의 미숙함에 조금 실망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모두들의 개인사가 있고 그걸 알아가는 게 인생이고 예술이 되기에 나의 건방진 태도는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도레미와 하나둘셋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첫 학기를 마쳤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보낸 이메일의 "거기서의 경험을 매우 자세하게 글로 남기는 건 어떻겠냐?"라는 문장을 떠올려 소흘했던 블로그를 잠시 닫고 이 글을 통해 그 기록과 여러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 첫학기에 들었던 수업과 느낀점을 매우 개인적인 감성으로 풀어보기로 하자. 아자!

Single String Improvisation & Rhythm
스케일과 코드, 피킹과 스트로크, 기타를 치는 기본에 대해 배웠다. SNL, American Idol등에서 새션을 활동하는 Pathik이란 선생이 담당했는데, 그가 보여준 것은 기본이지만 부끄러운 10년차 기타리스트인 내가 머릿속으로만 늘 생각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말들이라면 : 5분동안 똑같은 8박자에 같은 코드를 정확하게 연주해라, 메트로늄과 더불어 생체 리듬감을 갖어라. 니네가 새션을 하게 된다면 아무도 3분 이상 너한테 후려갈기는(Shredding) 걸 연주하라고 안한다, 아마 그만 치라고 하면 모를까.

Rhythm Section Workshop
스테이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수업인데, 내가 느낀 이 수업의 포인트는 "원하는 대로 쳐주기"이다. 예를 들자면 8박자로 둥둥둥둥둥둥둥둥, 액센트 없이 악보를 따라 가라고 주문하면 딱 그거만 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나름 나도 경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그 요구조건을 지켜주긴 좀 어색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말투와 억양이 있듯 연주도 마찬가지니까. 한 학기 내내 똑같은 것들을 죽어라 반주해준 베이스와 드럼 연주자에게 경외를!

Harmony & Theory, Ear-Training
어이없이 쉬운 수업이었지만, 진짜 어이없이 재미있는 선생이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Schroeder, 정확한 그의 경력은 모르지만 주로 재즈, 팝을 주종목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다. 그의 첫 인상이라 함은... 배트맨 다크나이트에 나온 조커가 60살 정도 늙어서 매우 착해진 버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가 자기 소개를 할 때의 첫 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When I got out of jail first time..." 여타 내놓으라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보다 월등한 유머를 구사하는 멋진 선생이다. 매수업시간마다 배꼽이 터질 준비를 하고 가야했다. 내가 배운 것은 역시 도레미와 도미솔, 그리고 그걸 정확하게 모르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 그가 말하길 "Genre is fashion, it's been changed by every season. Nah... f*ck that fancy stuff, all starts from this triad... (그리고 이름짓기도 뭐한 넓고 아름다운 코드를 연주하고 그 밑에 깔린 도미솔을 다시 친다. 그리고...) see? hahahah"

Guitar Reading
역시 쉬웠다. 하지만 내 느낌보다 몇몇 명언들을 적어보는 게 쉽게 이해를 가게 할 것 같다. "네가 지금 무슨 음을 치는 지 모르고 기타를 치고 있다면 그냥 기타를 구매한 사람이지. 고객님의 구매에 감사합니다. If you don't know what notes you play, you're a guitar owner. Thanks for purchase.", "넌 기타연주자가 아니야, 기타를 치는 음악가라고. You're not a guitar player, you're a musician who plays guitar"

Guitar Workout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머리와 마음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이용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한 수업. GIT에서 제일 인기있다는 Daniel Gilbert (폴길버트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는 진짜 탁월한 유머감각(기타로 사람을 웃기는 일은 명연주자가 되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과 오랜 경험을 통해 어떻게 기타로 말달리는지(Workout)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줬다. 듣고 보고 느끼고 굼벵이처럼 느리게 연주하다 벌처럼 빠르게(원곡보다 더) 연주해보고 익히고 활용해 먹을 것.

Live Playing Workshop
Musicians Institute의 장점 중 하나는 매주 여러 장르별로 한두곡씩 연주하는 워크샵이 있다는 것이다. Classic Rock, Hard Rock, Metal, Modern Rock, Fusion, Blues, R&B, Brazilian, Jazz, Funk 등등을 부페처럼 골라 먹을 수가 있는데, 아직 밴드가 없는 나로써는 그나마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는 좋은 놀이터인 셈이다. 방법은 간단명료, 미리 인터넷으로 정해진 곡과 시간을 선택하고 당일 바로 무대에 올라 연주하면 되는 것. 하지만 역시 이것도 수업의 일환이기에 몇가지 룰이 있다. 첫째는 밴드의 일원으로써 뮤지션쉽, 즉 예절을 갖추고 임할 것, 예를 들자면 엠프체킹이나 리허설은 짧게 하고 다른 사람 배려하는 일들이 속한다. 둘째는 역시 "원하는 대로 쳐주기"에서 연장선상인 "원곡 따라가기"이다. 아이튠즈 스토어에 리스트를 올려놓고 또 도서관에서 CD를 듣고 딱 그대로 연주하면 되는 것인데, 가끔 티안나고 괜찮게 자기 스타일을 연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이 없이 틀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따금 선생이 중간에 "너 그만하고 내려와라"라고 할 때도 있다. 난 R&B와 Funk, Classic Rock LPW에 몇번 갔었는데, 대체로 즐겁게 즐겼던 것 같다. 혹시라도 헐리웃에 관광 오시는 분들은 평일 5~6시즈음 해서 학교앞을 지나가면 학생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Open Council
정규수업은 아니지만 평일 특정 시간에 선생들이 연습실에서 자기 스타일대로 연주나 짧은 강좌를 매주 연다. Scoot Henderson이란 걸출한 퓨전 연주자가 있는데, 늘 사람들이 붐비고 각 선생들의 노하우나 팁을 전수받을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개인레슨 못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Blues Guitar
내가 좋아하는 영어 표현 중에 Old School이란 표현이 있다. 짧은 단어로 해석 불가능하기에 자세히 해석하자면 "옛날 꺼인데, 매우 멋있는, 오래됐지만 매우 간지나는." 혹은 "유행은 아니지만 농익은 포스가 느껴지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주로 funk, blues, hip hop 등의 음악을 말할 때 쓰면 적당할 것 같다. 물론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쓸 수 있는데, 얼마전에 본 Eastern Promise에서 "He's old school"
이란 대사가 나왔는데, 한국말로 하자면 "그 분은 왕년에 좀 날리셨고 또 옛날 방식에 능숙한 분입니다." 정도가 되겠다. 어쨌뜬 이렇게 장활하게 Old School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블루스 기타의 선생, Stuart Ziff가 바로 Old School의 표본을 보여주는 연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정의 원칙과 가이드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말하면서도 막상 연주에 들어가면 매수업시간마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보았던 그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는 진한 블루스를 보여주었다.

Private Lesson
이번 학기부터 처음 들어온 Vadim이란 기타리스트에게 배정을 받았다. 경력을 간단히 읽어보니 이거 웬 걸 Earth, Wind & Fire에서 다년간 기타를 쳤던 사람이다. 펑퍼짐하고 매우 유쾌한 아저씨인데다가 굉장히 대중 치는 스타일인데, 아마 이번 학기 통틀어 제일 많은 것을 배워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가 말하길, "나는 네가 기타를 치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야 I'm building whole world of your guitar playing.", "모든 것은 네가 어떻게 다루냐에 달려있어 It's all about your control." 말그대로 그 기반을 "제대로" 닦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또한 이 개인레슨을 통해 수학과 음악이 어떻게 고대에 한배를 타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도레미와 도미솔, 하나둘셋넷이다. 차원이 다른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에 대해 논하고 배웠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하하.

누군가 MI의 첫학기는 Frustrating Quarter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이다. 새션급 연주자는 아니지만 나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내 자신을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부실했던 기본기를 바닥부터 뒤집고 시작하는 중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길 "Work Hard", 그가 석사를 졸업했던 미국땅에서 난 그 다음 문장을 추가한다. Work Hard, Play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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